당신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무엇인가요?
회사 노트북에 전원을 키면 맨 먼저 Booting Password를 입력해야 한다. 또 다시 윈도우7이 기동되고 나서 OS Password를 입력해야 하고, 다시 한번 회사 ERP 시스템에 로그인 하기 위해서 Password를 입력해야 한다. 회사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서 총 3번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임금님을 알현하기 위해서 숭례문을 통과하고, 광화문을 통과하고, 마지막으로 근정문을 통과해야 임금을 알현할 수 있는 시스템과 동일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아이폰의 경우는 4자리, 6자리 암호를 입력해야 하고, 드로잉 패턴을 그려야 하고, 지문을 대어야 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아파트 보안 문을 열때도 비밀번호가 필요하고, 현관 문을 열기 위해서도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커피숍에서 와이파이를 쓰기 위해서도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이제는 그 많은 비밀번호를 기억하기 힘들어서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다. 만약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다른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해서는 겪는 불편함보다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겪게 되는 불편함이 더 커져버린 세상이 되었다. 거기다 윈도우7과 회사 ERP는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알림창이 자주도 뜬다. 요즘엔 특수문자, 대문자, 숫자를 조합해서 쓰라고 한다. 또한 영어로 된 명사는 쓰지 못하게 한다. 지메일, 네이버, 공인인증서, 벅스뮤직 등 너무 많은 비밀번호를 원하고, 그것도 수시로 바꾸길 권한다. 나같이 머리가 나쁜 사람은 바꾼 비밀번호를 기억 못해서 휴대폰 인증을 거쳐 또 바꾼다. 그리고 또 잊어버리기 일 쑤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첫 비밀번호는 고등학생 시절 처음 샀던 컴퓨터에 부팅 패스워드였다. 처음엔 패스워드를 걸어놓지 않았는데, 우연히 패스워드 거는 법을 알게 된 후에 내 생년월일을 패스워드로 설정했다. 내 생일은 내 가족 밖에 모르고,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은 시절이기에 해킹을 당할 위험도 없었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건 그 당시 값비싼 컴퓨터가 아니라, 내 컴퓨터에도 패스워드를 걸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올라가니 학교에서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학교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줬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만들었다. 그래봤자 내 한글이름을 영어자판으로 변환해서 바꾸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면 내 이름이 정윤식이면, 패스워드는 wjddbstlr이런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daum 메일도 만들고, 라이코스도 나오고,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야후, 드림위즈 등 여럿 포털이 나오고 나서 내 비밀번호는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포털 싸이트에서 wjddbstlr과 같은 아주 쉬운 비밀번호는 설정 못하게 만들었다. 숫자를 더 만들어야 했고, 특수문자를 넣어야 했고, 거기다가 대소문자까지 구분해야 했다. 패스워드가 복잡할 수록 해킹의 위험도는 점점 높아져만 같고, 금융거래와 같은 경우는 공인인증서와 OTP번호를 입력해야만 했다. 우리가 지켜야할 것이 많을 수록 패스워드도 점점 복잡해져 갔다.
이제는 물리적으로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지문인증, 홍채인식까지 점점 진화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의 개인정보, 내 계좌, 내 집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패스워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가 지켜야할 게 많아 질 수록 점점 더 패스워드도 많아지고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패스워드가 없는 1970~80년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문명의 이기가 점점 많이 지고, 우리가 지켜야할 것이 많이 질 수록 점점 더 복잡한 패스워드가 생기고, 더 자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점점 더 사람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사라지고 있다. 진심, 배려, 사랑, 관심은 멀어져가고 있다. 패스워드가 복잡해질 수록, 지켜야할 것이 많을 수록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는 듯 하다. 당신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패스워드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패스워드는 안전한가? 당신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무엇인가? 또 당신 곁에 있는 가족, 직장동료, 친구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무엇인가? 우리가 지키려고 걸어둔 패스워드는 복잡하게 변해가지만 사람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의외로 간단하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힘 내세요” 이런 말들이 필요하다. 거기엔 특수문자도 느낌표 하나면 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 등등 이모티콘도 함께 쓸 수 있다.
나의 비밀번호 변천사는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하는 것도 점점 늘어만 갔다. 그치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어렵지 않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무엇입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패스워드는 알고 있으면서 괜히 틀린 패스워드를 쓰지 말자. “됐어”, “이것도 못해?”, “도대체 왜 그래?” 라는 말 대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과 같은 패스워드로 나의 마음과 당신의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 이제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열 패스워드를 입력할 차례이다.
P.S 글을 쓰지 못한 핑계를 대기 보다는 글을 써야하는 이유가 점점 늘어가길 바랍니다. 내 글쓰기 패스워드는 “Just Write It”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