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오늘 퇴근시간 무렵에 떠오른 생각을 이메일로 정리해서 같은 부서에 일하는 후배직원들에게 보냈다. 퇴근시간 무렵이지만(17:30분) 퇴근하지 못하고, 야근이 일상화된 직장생활이긴 하지만 14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아왔고, 그 마지막 1년은 팀장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소회를 담담히 썼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다수 직장인들이 느낄 법한 고민과 실망감 뒤에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자문하는 시간이었다.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디스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염원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고백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멋지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보다는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이 글을 여기 브런치에 전문을 남긴다.
제목 :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잃어버린 것들
저는 2004년 1월(당시 29살)에 입사를 하였습니다. 입사 2~3년차쯤 저를 포함하여 3명의 동기들과 함께 다짐한 게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를 더 다니게 되고, 나중에 팀장이 되었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생각해내고 그것만은 지키겠다고 목소리 높여 맹세했습니다.
1. 잊지 말아야 할 것들 (The Things that we shouldn’t never forget)
1.1. 주말에 어디 가는지, 무얼 하는지 물어보지 말자.
1.2. 시간외 수당(일명 OT)은 법적 허용범위 내에서 다 달아주자.
1.3. 나도 옛날에는 이렇게 살았으니, 너네들도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라고 말하지 말자.
1.4. 직원들에게 휴가나 퇴근에 대해서 눈치 주지 말자.
1.5 내 욕심 때문에 직원들을 붙잡지 말자.
2.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 (Then, The Things that we might lost)
2.1. 서서히 웃음과 미소를 잃어버리고,
2.2. 계속해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과 추억을 잃어버리고,
2.3. 후배사원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잃어버리고,
2.4. 동기들간에 사사로이 떠들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2.5. 운동을 할 시간을 잃어버리고, 각종 더 많은 건강보조제(비타민, 루테인, 홍상, 밀크씨쓸 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후배님들도 나중에 팀장이 될 시간이 되면,
저도 회사도 조금씩 조금씩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변하길 기원해 봅니다.
선배사원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더욱더 강하게 붙들고,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보상으로 후배사원에게 강요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결국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지 않는다면, 자꾸 잃어버리는 것들을 언젠가는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잃어버렸지만, 당신들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와 내 동기 3명이 명세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고생할 일들이 많은 후배님께 미안한 맘을 남기며, 메일을 대신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손편지 쓸 때 즐겨 썼던 표현으로 메일을 마칩니다.
이만 총총
정윤식 드림
P.S 이렇게 메일을 쓰다보면, 어딜 가는 사람처럼 메일을 썼는데 절대 그런게 아닙니다. 앞으로 계속 이 부서에서 근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