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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21. 2021

당신은 초월수입니까?

파이, 오일러 수, 감마 수

 지금은 사라져 버린 놀이들이 많다. 더 이상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구슬치기나 땅따먹기 놀이를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6학년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모바일 배그를 하고, 풀샥 MTB를 타고 동네 뒷산을 휘젓고 논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놀이를 즐겨하곤 했다. 큼지막하게 직사각형을 그려 넣고, 네 귀퉁이에서 반원을 그린 다음에 납작한 돌을 가운데 손가락으로 튕긴다. 그리고 3번 만에 원래 있던 공간으로 돌아오면 그만큼의 땅이 내 땅이 되는 게임이다. 큰 땅을 차지하기 위해 처음에 돌을 너무 멀리 보내 놓으면, 2~3번째에 다시 돌아오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작전을 잘 짜야한다.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서 너무 멀리 진출하면 3번 만에 다시 돌아오기 힘들게 된다. 이에 반해 깔짝깔짝 안전빵으로 땅을 차지하면, 상대방에게 먹혀 버리고 만다.


 땅따먹기 게임에도 High Risk, High Return 법칙이 적용된다. 생각(사유)을 통한 글쓰기도 이와 비슷하다. 너무 멀리 돌을 보내 놓으면, 논리적 비약이 심해져서 아무 말 대잔치가 되기 십상이고, 너무 돌을 짧게 보내 놓으면 빤하고 지루한 상투적인 결론에 이른다. 이번 글쓰기는 할 수 있는 만큼 돌을 멀리 던져 볼까 한다. 비록 3번 만에 못 돌아와도 실망하지 않고, 아무 말 대잔치급 횡설수설로 이어질 지라도 말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너무 안전빵(?)으로 살고 있는 내게 “생각의 지평”은 언제고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나에게 브런치라는 공간은 “커다란 직사각형”이고, 내게 글쓰기는 “땅따먹기” 놀이이다.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의 돌을 저 멀리 튕겨본다.


제목 : 당신은 초월수입니까?

 수(Number)에 대한 학문이 수학(mathematics)이다. 맨 처음에 배우게 되는 수는 1,2,3으로 시작되는 자연수(양의 정수)이고, 거기에 0도 배우고 -1, -2와 같은 음수도 배우게 된다. 유리수, 무리수, 허수까지 배우게 되면 실수, 허수까지 알게 된다. 그중에 자연수 중에 소수(Prime Number)는 가우스, 오일러, 리만과 같은 천재 수학자들이 누비던 수의 세계이다. 우리가 숫자라고 하면 어떤 형태이던, 아라비아 숫자(1,2,3,4,5,6,7,8,9,0)의 변형이다. 거기에 마이너스를 붙이면 음수가 되고, 거기에 루트를 씌우면 무리수가 된다. 거기에 i라는 이상한 숫자를 붙이면 허수 영역까지 확대된다. 예를 들면 1+루트 2i 이런 식이다.


그런데 숫자 중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숫자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숫자가 파이(pi)이다. 얼핏 보면 한자 같기도 하지만, 이 숫자는 3.14159...로 이어지는 숫자이다. 우리가 원이라고 부르는 도형을 정의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한 점에서 1m에 똑같이 떨어진 거리를 쭉 연결하면 원이 된다. 이때 원의 면적을 구하면 파이 x 1 x 1 = 3.14159... 가 된다. 이 숫자는 무한히 이어지기 때문에 루트 2, 루트 3과 같은 무리수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파이는 루트 2, 루트 3과 같은 보통(?)의 무리수와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바로 초월수라고 한다. 초월수와 대조되는 수가 대수적 수이다. 참 어려운 말이다. 그래도 쉽게 설명해보면, 2x^2 -3x - 9 = 0이라는 식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걸 좀 일반화하면 n차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때 x^n 앞에 있는 있는 놈이 정수 계수로 이루어져 있다면, n차 방정식의 해는 대수적인 수가 된다. 이걸 대수적 수(Algebraic Number)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pi(파이)는 n차 방정식의 일반 해가 되지 못한다. 말 그대로 대수적으로 풀어 없어서 초월수(Transcendatal Number)라고 불린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초월수는 파이와 오일러(e)이다. 파이는 3.14로 시작하고, 오일러는 2.718로 시작한다.


 근데 웃긴 건, 파이와 e는 모두 초월수인데, pi + e 가 초월수 인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직관적으로 초월수에 초월수를 더하니깐 초월수일 것 같지만 아직까지 초월수 인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대학에서 초월수인지, 대수적 수인지 배웠을 때 수학자들은 참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가장 대표적인 초월수인 파이와 오일러(e)는 대학 내내 계속 나타나고 괴롭혔다. 두 수가 없었다면, 자동차도 타지 못했을 것이고, 닐 암스토롱이 달에도 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도 쓰지 못하고, 우리 아들은 배틀그라운드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대문명은 초월수가 없었다면 결국 이룰 수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아니 나는 어떠한가? 당신은 초월수인가? 아니면 대수적 수인가? 우선 초월수 pi가 자연수 1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초월수 e가 2보다 더 크다는 의미도 결코 아니다. 초월수는 n차 방정식을 대수적으로 풀 수 없는 숫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선 돌은 첫 번째 시도에서 아주 멀리 나아갔다. 3편에 걸쳐 다시 있던 땅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2번째에 얼마나 도약할지는 얼마나 엉뚱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는 듯하다. 3번 만에 다시 돌아오길 기원해본다. 아니, 다시 돌아오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으련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그만이다. 일요일 오후, 나근한 시간에 다시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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