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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22. 2020

1927년 10월, 제5차 솔베이 회의를 기억하며

현재를 겹겹이 쌓아 미래를 만들다.

2020년도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100년 정도 시간이 지나 2120년쯤 미래는 2020년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인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무후무한 위기를 극복한 처음이자 마지막 해가 될까요? 아니면 코로나19, 코로나23과 같은 연속 해서 발생하는 바이러스 펜더믹 습격의 첫해가 될까요? 아무도 미래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100년의 시간을 뒤돌려보겠습니다. 1927년 10월, 유럽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5차 솔베이 회의가 열렸습니다. 솔베이 회의는 벨기에 기업가인 솔베이가 개최한 국제 물리, 화학 학회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SK그룹 창립자인 최종현 회장이 아시아 물리, 화학 학회를 개최한 셈입니다. 인터넷에서 “솔베이 회의”라고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유명한 사진(또는 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맨 중앙 앞줄에 있는 사람이 바로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입니다. 그 옆에는 전자기장에서 반드시 듣게 되는 “로렌츠 힘”의 주인공 로렌츠 할아버지입니다. 그 옆에는 인류 과학사에 전무후무한 노벨 물리상, 화학상을 2번 수상한 마리 퀴리도 보입니다. 그 옆에는 중절모를 아래에 잡고 계신 분이 흑체복사에서 “플랑크 상수”로 유명한 플랑크 박사입니다. 오른쪽으로 가보면, 2번째 줄 맨 끝에는 양자역학의 토대를 만든 닐스 보어가 보입니다. 아인슈타인 뒤쪽으로 맨 끝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사람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슈뢰딩거입니다. 그리고 슈뢰딩거 오른쪽 두 번째에 왼쪽을 보고 있는 젊은 사람이 “파울리의 배타원리”로 유명한 파울리입니다. 그리고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사람이 “부분과 전체”라는 책을 쓰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로 유명한 하이젠베르크입니다. 물리학 수업에서 배웠던 분들이 총출동한 느낌입니다.


제5차 솔베이 회의에는 29명이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에 17명이 노벨상 수상자라니 이 짤을 보고 “인류 역사상 다시는 없을 정모”라는 말이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가 1927년이니깐, 그 당시 이미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브래그, 보어, 플랑크, 마리 퀴리, 로렌츠, 아인슈타인 이렇게 6명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진을 찍고 나서 11명이 그 후에 노벨상을 받았으니 이 또한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8명이 저마다 살아온 환경, 전공, 성격도 제각각 다릅니다. 8명이 입사년도도 다르고, 직급도 다르지만, 어쩌다 보니 2019~2020년 즈음에 공통의 목표를 향해서 모였고, 한 달에 1번은 회의에서 만나고 때때로 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저는 우리의 만남이 “제5차 솔베이 회의” 같았으면 합니다. 제5차 솔베이 회의에도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노벨수상자는 6명밖에 없었습니다. 참석자 중에 가장 늦게 받은 편인 보른, 파울리는 1927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도 볼프강 파울리는 그 당시 슈퍼스타인 아인슈타인이나 닐스 보어를 보며 가슴 뛰지 않았을까요? 대학자들에게 영감을 받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했을 테고, 참석자들이 깜짝 놀란만 한 논문을 써서 발표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이미 노벨상을 2번이나 받은 마리 퀴리나 이미 과학계의 슈퍼스타인 아인슈타인, 로렌츠, 보어는 후배 과학자들을 보며 앞으로 미래의 과학계가 밝다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천재 후배들을 보며, 샘도 나고 뛰어난 논문으로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A, B 팀장은 앞선 C, D 부장님을 바라보며 “어떻게 저렇게 대단할 수 있지?, 나도 저분들처럼 되고 싶다.”라고 느끼고 저분들이 깜놀 놀랄만한 이슈나 아이디어를 내어야겠다고 도전을 받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C, D 부장님들도 저희처럼 까마득한 후배들을 보며, 회사의 미래가 밝겠구나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계신 E, F, G 팀장님은 그 당대를 이끄는 현존 스타인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디랙같은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중간에 끼어 있지만,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과학을 하는 진지한 자세와 인류의 과학사를 이끄는 현역으로 뛰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선배는 후배에게 선한 도전을 받되 존중하고, 후배는 선배의 업적을 존경하되 답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세월이 흘러 8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P사 역사상 다시는 없을 정모”가 되어보길 꿈꾸어 봅니다. 그렇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기에 모은 8분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되 도전을 받고, 화두를 던질 수 있는 관계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1927년 10월, 제5차 솔베이 회의를 기억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미래에 찬란하게 기억되길 바라며 오늘을 겹겹이 쌓아서 빛나는 미래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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