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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Oct 06. 2015

철 이야기 #2. Scrap은 변화이다.

(부제 : 삶은 상변화이다.) 

1편에서 얘기한 대로 인류가 만든 첫 번째 철은 "자연(Nature)"으로부터 왔다. 인류가 만든 두 번째 철은 "인간(Human)"으로부터 재탄생되었다. 철광석(Fe2O3)과 석탄(C)을 원료로 철(Fe)을 만들었고, CO2와 슬래그를 배출하게 된다. 이렇체 인류는 최초로 불로부터 철을 획득했고, 1,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철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고로+평로)을 고안하게 되었고, 탱크, 잠수함, 구축함, 항공모함 등 인류를 빠르게 살상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류는 불보다 훨씬 유용한 에너지원인 전기를 생산하기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스 신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불을 이용해서 물을 끓여서, 증기의 힘으로 전기(번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우스가 한 손에 들고 있던 번개 지팡이가 이제는 모든 인류의 손 위에 리튬이온 배터리의 형태로 스마트폰에 들이우게 된 것이다. 인류는 불과 물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게 되자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세계대전 당시에 전쟁을 수행키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철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에는 탱크라는 신형무기가 탄생하자, 보다 특수한 용도를 가진 철강제품이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탱크가 대포를 쏘게 되면, 포신(탱크에서 포를 쏘는 길쭉한 구경)이 휘어지는 현상 때문에 여러 번 포를 쏘아대면 대포를 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철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여러 합금(니켈, 크롬, 망간, 실리콘 등)을 첨가하여 특수강이라는 제품을 생산하게 이르게 된다.  그때 발명된 제강 기법이 바로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 방식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류는  불로부터 철(고로공법)을 만들었고, 불과 물을 활용해서 전기(번개)를 만들고, 그 전기로 철(전기로 공법)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철은 주로 인간의 손과 몸에 붙어 있는 형태의 무기로 발전되었다면, 두 번째 철은 기계를 만들기 위한 형태의 무기를 제조하는데 사용되었다. 보다 많은 적을 살상키 위해서 만들어진 철이 바로 전기로 공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특수강이라고 볼 수 있다.


전기로 공법의 철은 기본적으로 고체(Solid)를 액체(Liquid)로 만들고,  또다시 액체(Liquid)를 고체(Solid)로 만드는 Phase (상) 변화를 기본으로 한다. 고로공법은 환원 반응이 주 반응인 반면, 전기로 공법은 용융반응(Melting)이 주반응이 되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어떤 이에게는 환원 반응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용융반응이 요구되기도 한다. 우리 삶에 끼어 있는 삶의 무게를 견디기 위한 과정도 필요하지만(1편 참조) 때론 우리 삶 전체를 녹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수 많은 청춘들이, 진학, 취업, 결혼 등 삶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깎는 환원 반응에 휘말린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또다시 용융반응도 필요로 한다. 내 삶에 고철(Scrap)로 남아 있는 오래된 습성, 타성을 녹여서 새로운 삶의 지평으로 나아가야 한다. 난 소위 "자기계발"로 점철된 삶의 방식을 강조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네 삶은 점차 점차 엔트로피가 높아져, 녹(Lust)이 생기고,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그리고 끊임없이 혁신, 변화, 개방 등의 키워드로 다람쥐 쳇바퀴를 돌려된다. 녹을 제거하는 삶의 소소한 변화가 아니라, 고체를 액체로, 다시 액체를 고체로 바꾸는 Phase (상) 변화를 할 때, 우리는 고철에서 특수강(Special Steel)으로 변화될 수 있다. 단지 탄소강에 아연도금(Galvanizing)하는 녹방지가 아니라, 고철에 니켈과 크롬으로 결합해서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아직도 나를 비롯한 이 땅에 많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길에서 피막만 덧대우는 삶을 산다. "아프니깐 청춘,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 이런 류의 힐링은 우리 삶의 근본적인 상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지금의 50-60대가 혁명으로 지금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면, 지금의 20-30대도 또 다른 혁명으로 미래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앞에 주어진 변화를 그저 소소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삶을 녹이는 용융반응으로 상(삶)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 Phase(상)이 Life(삶)과 동일하다면, 변화(Transformation)를 위한 용융반응(Melting)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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