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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죽방멸치, 남해의 미래

남해는 보물섬

by 정윤식

영도에서 대한 글을 3편을 쓴 적이 있습니다. 남해에 대한 글도 3편 정도 생각하고 썼는데, 2편으로 나누어서 쓰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주제를 글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완성도(70% 이상)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면 주저없이 글을 업로드 합니다. 그래야 또 다른 주제들을 생각하고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해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제목 : 남해 죽방멸치, 남해의 미래 (남해는 보물섬)


1973년, 하동군과 남해군을 잇는 남해대교가 개통하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섬이었던 남해가 육지와 연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서 삼천포와 남해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가 놓여졌습니다. 그 30년의 시간 동안 우리 식구는 부산에서 남해까지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하동 진교IC에서 빠져나와서 남해대교를 수없이 넘고 넘었습니다. 창선삼천포대교(이하 삼천포다리)가 놓인 이후에는 사천IC에서 빠져서 남해 고향으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삼천포다리가 생긴 지 15년이 지나서 제2 남해대교가 개통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남해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3개나 생겼습니다.


삼천포다리를 드나다닐 때마다 창선다리 아래에 펼쳐진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둔 죽방을 보았습니다. 죽방멸치는 일반 멸치와 달라서 그물에 의해서 비늘이나 몸체 손상이 없어서 보통 멸치보다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그 대신에 죽방멸치를 건지기 위해서는 죽방까지 배를 대고, 그 안에서 허리를 숙여가면 멸치를 건져야 하기에 그 수고로움이 일반 멸치잡이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멸치에 비해서 죽방멸치는 2~3배 비싸게 거래된다고 한다. 죽방멸치는 빠른 유속을 가진 좁은 통로의 해협에 죽방을 설치해서 유속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멸치가 좁은 죽방안으로 모이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최대한 자연의 지형과 형태를 이용하여서 자연 그대로의 멸치를 잡는 조업인 셈이다.


남해의 미래도 그러하지 않을까? 최근에 남해는 개발몸살에 마구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물론 지역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는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남해 독일마을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가 없었다.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는 프랜차이즈 빵집과 편의점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커피숍으로 변모했다. 그 덕분에 물건리에는 젊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중학교까지 개교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번쯤 죽방멸치의 지혜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남해의 자연을 최대한 헤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유지하고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순 없을까? 나는 남해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 정OO 이가 삼동면에 카페유자라는 카페를 열었다. 도로변에 있던 집을 리모델링하여 유자카스테라를 파는 커피숍으로 변모시켰다. 남들처럼 땅을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주차장을 만들지 않고, 붉은 지붕과 안마당을 그대로 유지하고 카페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남해의 자랑 중에 하나인 유자로 카스테라를 만들어서 판다.


난 이런 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해에 프랜차이즈 카페, 빵집 보다는 카페유자와 같은 집들이 많아져야 한다. 남해의 미래는 남해의 자연을 이용해서 자본을 투하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이 아니라 남해의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사랑과 관심을 투하하여 돈도 버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내가 퇴직하고 남해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남해 이동면 무림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집이 그대로 있다. 수십년 전에 지어진 집이 그대로 있고, 비탈길 위에는 안마당과 텃밭이 있다. 만약에 다시 돌아간다면, 난 그 집을 더 허물지 않고, 그 집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잔디밭에 멋진 조형 나무를 심기 보다는 텃밭을 그대로 유지하고 상추를 키우고 싶다. 그리고 가끔씩 차를 타고 삼동면 카페유자에 가서 친구녀석이랑 유자카스테라를 먹을지도 모른다.


남해는 보물섬이라고 한다. 남해의 오늘이 독일마을이고 남해의 어제가 보리암이었다면, 남해의 미래는 죽방멸치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남해로 한번 가보길 바란다. 남해의 오늘, 어제, 미래를 만나길 기원해본다. 그리고 마음 속에 보물을 찾고, 그 보물을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아들과 딸이 누릴 수 있도록 함께 지키고 함께 아껴야 한다.


P.S 저녁노을에 만나는 죽방멸치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한번 쯤 차를 세워두고 창선다리에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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