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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12. 2019

Worker Songwriter

싱어송라이터 : 난 무엇이 되고 싶었나?

 나는 주류의 삶은 포기 싫고, 비주류의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며 살아간다. 대기업에 다니는 안락함을 포기할 만한 용기는 없고, 세상의 불합리에 당당히 맨 앞에 나서서 저항할 만한 확실한 단 하나의 이유를 대지 못하고, 나를 합리화할 수 있는 궁색한 수 만가지 핑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 딴엔 트렌디 해보인다는 느낌으로 아이폰에 에어팟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국가의 시민(Citizen)이 아니라 시장의 소비자(Customer)로  내 정체성을 유지한 채 지내고 있다.


 즐겨 듣는 음악은 차트 순위에 오르는 최신 유행가가 아니라, 인디뮤직으로 채운다. 이 시대 주류인 기획사 아이돌에 대항하여 저예산으로 만든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나를 대신하는 것 같아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물론 기획사 출신이라고 모두 아이돌 스타가 아니며, 인디음악이라 해서 모두 뮤지션들은 아닐터이다. 각자가 선택한 길과 주어진 기회가 달라서 다른 길을 걷고 있긴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이분적으로 나누어서 바라보는 것도 나에게는 구차하지만 적절한 변명이 되기도 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크루셜스타(Crucial Star)의 “Singer Songwriter”라는 곡이 있다. 보통 인디뮤직 노래를 셔플(Shuffle)로 듣는데, 이 노래를 처음 듣고 아이폰 셔플을 해제하고, 1곡 계속 반복을 눌렀다. 어린 시절 자기가 하고 싶었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싱어송라이터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Singer Songwriter, 어린 시절에 몰래 그려왔던 하나뿐인 나의 꿈”이라는 가사가 세찬 소낙비가 창문을 두드리듯이, 내 맘을 세차게 몰아쳤다. 한 음, 한 음이 빗방울이 되어 내 맘의 창을 후드득, 후드득 내려쳤다. 본인의 이야기를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싱어송라이터가 되는게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Songwriter를 하다보니 Singer가 된 것이 아니라, Singer를 하기 위해서 Songwriter가 되는 셈이다.


 난 무엇인가?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지만, 어줍잖게 글을 써대는 사람이다. 그래서 Worker Songwriter라고 해봤다. 내 생활의 대부분은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주류는 직장인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1~2시간 정도는 Songwriter로 살아간다. 비주류는 작가다. 난 어린 시절에 무엇이 되고 싶었나? 다시 한번 내 꿈을 기억해본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무엇인가 새롭게 배우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게 과학자라고 굳게 믿었다. 그 덕택에 공대에 진학하고, 대학원까지 나와서 엔지니어로 살아가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내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런데, 세상의 이치가 꼭 이공계 과학으로 이루진 것은 아니었고, 세상의 진리와 진실은 예술에, 음악에, 문화에, 정의에, 경제에도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처럼 주류와 비주류의 모습을 가끔씩 바꾸고 살아간다. 스타 이즈 본에서 브래들리 쿠퍼가 레이디 가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 점을 명심해. 진심을 노래하지 않으면 끝이야. 당신 자신에 대해 그리고 하고 싶은 말만 해야 해. 지금은 사람들이 들어주지만 계속 그러진 않을거야. 내가 알아. 그러니 가서 붙잡아. 사람들이 언제까지 당신 노래를 들어줄지 겁내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해”라고 말한다. 난 이렇게 세계명작소설이나 성경, 사서삼경에서 진리를 배우는게 아니라 영화나 만화나 드라마에서 도를 깨우치는 사람이다. 그래!! 내 얘기를 하는거야. 나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다. 내 글을 읽어줄지 겁내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쓴다고 생각했다.


 Worker Songwriter로 살아간다. 전업 작가로 살아갈만 한 실력은 없고, 안락한 직장인의 삶을 포기하기는 두렵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거침없이 충고하는 가짜 슈퍼맨 아빠로 살아간다. 내 삶을 채우는 주류는 직장인이지만, 내 삶을 더욱더 향내 나게 만드는 비주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작가이다. 다시 한번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난 무엇이 되고 싶었나? 이 질문을 바꿔보기로 한다. 난 무엇을 하고 싶었나?로 바꾸니 답이 좀 보일 듯 하다.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게 글이던, 삶이던, 난 여전히 내 인생에 유일한 작가이다. 내 삶을 노래하는 난 “싱어송라이터”이다.


P.S 언젠가 직장인 역할이 끝나고 나면, 그 땐 Songwriter로 살아가겠죠. 저에겐 무엇이 되겠다는 꿈보다는 무엇이 하고 싶었냐는 욕구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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