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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y 20. 2019

Home, Sweet Home

구해줘! 홈즈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예능 대세 박나래가 출연하는 구해줘! 홈즈를 본 적이 있나요? 멜서스의 인구론은 산술평균으로 증가하는 식량 생산량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때문에 결국 인류에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 한다. 개신교 목사 출신이 사후 세계의 천국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지옥을 냉정하게 얘기하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멜서스의 인구론보다 집값론이 더 현실적이다. 산술평균으로 증가하는 내 월급(또는 수입)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집값 때문에 결국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나마 아직 오르지 않는 홈즈를 찾아서 박나래, 김숙, 노홍철 등 출연진이 고군분투한다. 나 또한 포항에서 전세로 살고 있고, 내년에 끝나는 전세계약 이후에 ‘구해줘! 홈즈’를 해야 할 판이다. 그나마 포항은 지진 이후에 집값이 떨어지고, 정체된 인구로 인해 더이상 천장부지로 집값이 오르지 않고, 보합세로 보여서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적자생존, 무한경쟁의 지옥귀와 같은 이 세상에 우리는 너무나 평수, 역세권, 학군이라는 삼위일체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하나님을 창조하고야 말았다.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되고, 저 멀리 한강이 바라다 보이고, 아파트 단지에는 나와 비슷하거나 훨씬 부유한 사람들로 채워진 새로운 신세계를 동경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는 “Home, Sweet Home”의 아주 기본적이지만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화목한 가정”의 꿈은 점점 잊고 사는 듯 하다. 세상이 좀 살기 어려워도, 직장생활이 지옥과 같다해도, 내가 머물 곳인 가정이 화목하다면 좀더 살만하지 않을까? 내게 말을 건네는 수많은 직장동료, 상사, 부하직원, 고객, 옆집 아저씨, 밑에 집 아이들에게는 상냥하고 합리적이다가도, 집에 오면 우리는 좀더 공격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구해줘! 홈즈라는 명제는 더 쾌적하고, 더 저렴한 집을 찾는 노력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회사에서 늘상 있는 회식은 한번 쯤 째고, 퇴근길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이들을 위해 짜파게티를 끊어주는 아빠의 모습이 “구해줘! 홈즈”이다.


 오늘도 나를 반성해본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직원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집에서 잘 놀아주는 아빠로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또한 집에서 사랑하는 남편으로 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가? 아주 기초적인 질문 앞에서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우리가 찾아야 하고 구해야 할 홈즈는 32평형 아파트가 아니라,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짜파게티를 만드는 나의 모습이다. 44살 직장인 아빠 없이, 돌아가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반성하며, 스스로 다짐을 해본다. 구해줘! 홈즈는 예능대세 박나래가 구해 주는 게 아니라 44살 게으름뱅이 아빠가 주방에서 짜파게티를 끓일 때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S 다시 한번 오늘 하루를 반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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