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May 15. 2019

아직 떠나지 않은 여행기

내 인생 가장 긴 Vacation을 기다리며,

 무엇이 그렇게 바빠서 글 하나 쓰지 못했을까? 전에도 얘기했듯이 핑계와 변명은 수백만 가지를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진실의 목소리는 늘상 하나였다. 마음 속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잔 머리속에 뭉개구름 떠오르는 변명이 마술사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스카프 리본같다. 조회수가 10여회에 불과하지만, 간간히 내게 연락을 오는 지인들이 내 안부와 내 글쓰기의 근황을 물어와서 다시 한번 내 마음 속 목소리와 마주 앉았다.


 작년 7월에 가족들과 9박 10일 동안 캐나다 록키여행을 다녀왔다.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기억은 저만치 사라지고, 에어캐나다 공동쉐어 항공사인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제 항공사 마일리지 마저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니, 1년 된 추억과 기억도 점점 회자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기어코 7월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왕복 항공권을 예매하고 말았다. 원래 2020년 2월에 계획한 여행이었는데, 7월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값이 생각보다 저렴하게 나와서 예약을 하고 말았다. 성인 2, 아동 2을 합해서 4명이서 335만원에 예약했으니, 나름 잘했다고 내 스스로 칭찬했다. 왕복 일정이 정해지자, 요세미티, 세쿼이아, 그랜드 캐년 근처에 있는 캠핑장을 예약할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다.


 이미 핫 플레이스는 예약 마감이 되고, 핫 플레이스 인근 약간 덜 유명한 캠핑장을 얼른 줍기 시작했다. 그렇게 9박을 캠핑장 예약을 하니 대략 30만원 내외이다. 하룻밤에 3만원 정도 하니, 가히 최저가 여행이다. 또 다시 나에게 쓰담쓰담 칭찬의 세레모니를 하고야 만다. 샌프란시스코 2박, 오고가며 2박, 에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인근에서 1박을 예약하니 모두 호텔 숙박은 5박이다. 3성급 호텔 이상만 고르고, 리뷰수가 많은 곳으로 골라서 5박 모두 예약 완료했다. 아!!! 벌써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그렇게 토요일은 훌쩍 지나갔다. 캠핑을 9박이나 해야 해서 캠핑장비를 싣을 차량까지 예약 완료했다. 한국에 출시하네 마네 하는 쉐보레의 트래버스로 예약했다. 10일동안 렌트하는데 120만원 달란다. 예약금 10% 넣어주고 예약까지 완료했다. 항공표, 숙박, 렌트카까지 다 예약을 하고 나니 이미 여행 준비 50%는 한 것 같다.


 아직 떠나지 않은 여행기를 쓴다. 여행은 가기 전에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최근에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고 유현준 교수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라는 책을 읽었다. 아마도 급작스럽게 결정하게 된 여행의 이유에 두 책의 영향도 10% 이상 된다. 한번 쯤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굳이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여행의 이유”를 추천한다. 만약 그 책을 읽고 당신도 나처럼 주말에 비행기를 예매했다면, 나의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회사 다니고 가장 긴 휴가를 가게 된다. 근무일 기준으로 11일을 휴가내고, 여행기준으로는 14박 16일을 다녀온다. (1박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자연스레 1박한다.)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여행기를 쓰며, 앞으로 있을 미국 서부 여행기의 프롤로그를 대신한다. 또한 내 인생 가장 긴 Vacation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되길 기원해본다. 회사에서도 말은 휴가 2주씩 가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용기 있게 가는 팀장은 별로 못 봤다. 나는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개념이 없어서 휴가 간다. 이렇게 써놓은 거보니깐 정말 재수없는 자기 자랑같다. 미안하다. 진심이다. 그러니 당신들도 “여행의 이유”를 읽고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기 바란다. 인생은 짧다. 내 인생도 짧다. 세상은 남탓하고 살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그냥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란다.


 적어도 오늘만은, 적어도 여행가는 그 기간만은, 개념없이 생각없이 오로지 가족들과 함께 지지고 볶고 그렇게 다니고 싶다. 자기 자랑도 길면 재수없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초등학생 일기장 수준의 재수없는 글 읽는라고 수고했다. 오늘만은 건방진 글쓰기 모드이다. 나도 내 마음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다.


P.S 개념없이, 예의없이 살아가는 무지렁뱅이 직장인입니다. 오늘만은 이해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이”기고”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