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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10. 2019

풍문으로 들은 샌프란시스코

Long Flight and Longest vacation

 미국에 다녀온지 벌써 2주가 넘었다. 직장생활 16년 차에 가장 긴 휴가를 다녀왔다. 7.12일에 출국했으니, 벌써 한 달이 다되었다. 작년에 캐나다 록키여행도 글로 남겨두었기에, 이번 여행도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다. 여행의 기억과 재미는 작년보다 훨씬 나았는데, 한 살 더 나이를 먹고 보니 글을 써야 하는 수고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짜피 사람들은 내가 어딜 다녀오고, 무엇을 하고 왔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막상 신나게 떠드는 사람은 나 혼자이고, 기억과 추억을 글로 남겨야 할 몫도 나 혼자인셈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는 꼭 “지금”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과거의 일을 현재에 기록하고 남겨두는 건 “미래”에 내가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생각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길 수도 있지만, 그 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의 흐름은 결코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아주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뒤돌아보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되는 여행의 기록을 위해서 난 또 다시 내 기억의 상자를 열어서 글로 남겨둔다.


 7.12일 금요일, 가족들과 함께 8시 경에 집을 나섰다. 인천공항에서 16시 대한항공 출발 항공편이라 포항에서 부지런히 서둘렀다. 10시 발 포항 ~ 광명 KTX을 타고 12시 좀 넘어서 광명역에 도착했다. 광명역에서 수화물 짐을 부치고, 체크인을 미리했다. 그런데, 2번이나 짐검사에서 호출이 왔다. 한 번은 모기기피제인 OFF 때메 걸렸고, 두번째는 마약으로 의심되는 가루가 있다면서 가방을 열어달라고 해서 열었는데 빨래 세제였다. 수화물 검사에서 한번도 걸린 적이 없는데 2번이나 걸렸지만 특별한 일 없이 잘 지나갔다.


 광명역에서 인천공항까지 리무진을 타고 이동을 했다. 작년에는 에어캐나다를 이용해서 터미널1에 갔었는데, 올해는 대한항공을 이용해서 터미널2까지 갔다. 정말 인천공항은 전 세계에 내놓아도 서비스나 크기에서 TOP 수준이었다. 리무진 버스가 인천공항 활주로를 끼고 크게 돌아서 터미널2로 향했다. 광명역에서 사전 수속을 한 탓에 해외로밍을 간단하게 신청한 다음에 출국심사를 걸쳐서 드디어 게이트로 향했다. 사실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비행시간은 10시간이지만, 포항에서 8시부터 준비해서 오후 4시까지 인천공항 탑승장까지 10시간이 걸린다. 사실상 20시간 이상 소요된다. 나도 30~40여개국을 여행을 다녀봤지만, 부산이나 대구처럼 큰 대도시가 있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왜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다른 나라같으면 이 정도(부산, 대구, 창원, 울산 등) 되는 지역쯤 되면 최소 유럽/미국 지역에 직항은 반드시 있다. 일본도 나리타 공항이 크긴 하지만, 오사카에서도 유럽/미국 직항이 있다. 독일도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여러 도시에서 전세계로 취항한다. 유독 우리나라는 서울 집중이 큰 탓에 영남지역에 실질적인 공항이 없다. 내년에 부산~헬싱키 직항이 생긴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어서 빨리 영남지역에도 유럽/미국에 취항할 수 있도록 국제공항 신설이 필요할 것 같다. 국제공항이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이슈사항과는 별도로 국제공항의 필요성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아침 8시부터 움직여서 벌써부터 피곤하다. 드디어 탑승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내와 딸은 중간 열에 앉게 되고, 나와 아들은 비행기 왼쪽 열에 앉게 되었다. 아내와 딸은 3~4줄 뒤에 앉게 되었던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 드디어 여행가는 기분이 들었닫. 정말 여행은 비행기가 뜰 때 가장 좋다고 하던데 역시나 비행기 뜰때가 제일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남은 건 10시간 짜리 긴 비행이다. 아내 쪽으로 뒤를 보니, 어디선가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연예인이었다. 바로 그 사람은 타일러 였다. 안경을 쓰지 않고, 후드티를 입고 있어서 처음엔 긴가민가 했는데 분명히 타일러였다. 나와 가족들은 미국 서부로 여행하는 것이지만, 타일러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귀경길인 셈이다. 나의 출국 비행기가 그에겐 귀국 비행기인 셈이다. 같은 비행기를 두고, 한국인과 미국인은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며 10시간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작년에도 느끼는 점 이었는데, 미국이나 캐나다로 여행하면 하루를 2번 산다. 오후 4시에 비행기를 탔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니 같은 날 오후 12시쯤 되었다. 까다로운 미국 입국심사 소문이 무성해서 긴장을 했는데, “어디서 잘꺼냐? 미국에 온 이유가 뭐냐? 달러는 얼마나 가지고 왔냐? 총기나 마약같은 거 가지고 왔냐?”라는 전형적인 질문을 던지고 무사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미국 서부 땅을 밟았다. 2008년에 미국 시카고, 워싱턴, 뉴욕, 보스톤은 출장차 다녀왔는데 미국 서부는 처음이었다. 뭐랄까?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 말로만 듣던 지명이 생소했다. 샌프란시스코, 엘에이, 실리콘 밸리, 나파 밸리, 그랜드 캐년 은 할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지명이었는데 드디어 처음으로 그 곳의 공기를 마시고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샌프란시스코.. 이제 도착했다. 포항에서 인천공항까지 10시간,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 또 10시간을 걸쳐 도착했다. 또한 내 인생 가장 긴 휴가가 시작되었다. 풍문으로 들은 샌프란시스코.. Long Flight and Long Vacation.. 이제 시작해봅시다. 나만 떠들고, 나만 기억하겠지만,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늘 귀찮지만 보람된 일이기도 한다. To Be Continued..

P.S 빠른 시간내에 정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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