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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05. 2016

철 이야기 #4. Scale은 오버슈팅이다.

부제 : 인생은 오버해야 한다. 

처음에 “철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단어가 Slag였다.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한 단어는 Scale이다. 철 이야기는 그다지 대중적인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iPhone 시리즈가 훨씬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었다. 하지만 난 인기도 별로 없고, 쓰기도 어려운 딱딱한 주제들을 골라서 생각해놓고 기어이 글로 옮기 운다. 천만 배우 황정민이 초심을 지키기 위해 대학로에 돌아와 연극과 뮤지컬을 하듯이, 나 또한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철 이야기”를 쓴다. 원래는 5편 연작을 한꺼번에 쏟아낼 요량이었지만, 찔끔찔끔 글을 써낸 탓에 호흡이 끊어진 점도 없진 않다. 부족하지만 5편 연작을 모두 마무리할 권리와 책임도 내게 있다. 스스로 글감옥에 갇혀, 간혹 만나는 면회자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서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 별로 들어주는 이 없고, 읽어주는 이 없는 글이지만 난 오늘도 글을 쓴다.


4편. Scale은 오버슈팅이다. (부제 : 인생은 오버해야 한다.)


철을 만드는 이야기를 제선 (Slag) - 제강 (Scrap) - 연주 (Slab) 까지 이어서 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눈치 빠른 독자는 다음 공정이 열연(Hot Rolling Process) 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열연공정은 Slab를 재결정온도 이상인 1,200도 정도까지 가열해서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에 두께가 250mm인 Slab를 10mm 내외의 두께로 얇게 펴는 과정이다. 박판(Thin sheet)의 경우는 1mm 이하의 두께도 있다. 두꺼운 매트리스를 얇게 펴서 마분지 정도의 두께로 만드는 과정이 열연 공정인 셈이다.


차가워진 Slab(상온 ~ 400도)를 1200도로 다시 온도를 올려야 한다. 온도를 올리다 보면, Slab 표피에 Scale(스케일)이 발생한다. 목욕탕에 몸을 불리다 보면, 때가 생기듯이 Slab 표피에는 Scale(산화철)이 생기게 된다. Scale은 Fe이 산소(O2)와 접촉하면서 생기는 철의 “때”인 셈이다. 


대학에서 공업수학을 배운 적이 있다. 푸리에 급수를 배우는 데,  아래 그림과 같이 1.6 정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첫 구간에서 오버슈팅을 하게 된다. 급수(Series)의 수를  더할수록 오버슈팅 하는 높이는  뾰족해진다. PID 자동제어를 하기 위해서는 푸리에 급수를 이용하는데, 어떤 목표값에 빨리 도달하고자 하면  빨간색 오버슈팅이 더 커지게 된다. 


열연공정은 1,200도라는 목표하는 온도로 가열하기 위해서, 1,200도로 Slab을 새빨갛게 데우기 위해서 Scale이란 오버슈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를 넘어서야 한다. 5m 위에 있는 장대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5m 이상 오버슈팅 해서 우리 몸을 띄워야 한다. 삶의 작고 큰 문제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때론 오버해야 한다. 


좀 더 간절하게  몸부림쳐야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몸을 불려서 때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더라도 이를 아까워하지 말자. Scale은 오버슈팅(Overshooting)하면서 생기는 몸의 눈물인 때인 것이다. 아무리 급수(Series)를 더해가도 Gibb’s Phenomenon(깁스 현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오버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오버해서 화를 내고, 오버해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 오버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Gibb Free Energy이다. 


우리네 삶에서 어쩔 수 없이 Scale이 생긴다. 삶이 뒤죽박죽이 되고, 뜻하지 않게 눈물도 흘리게 된다. 내 앞에 수많은 목표와 허들이 있다. 그렇다면 과감히 오버해보자. 오버해서 소리도 질러보고, 오버해서 몸부림도 쳐보자. 아무리 발버둥 지고 수없이 반복해도 Gibb’s Phenomenon은 없어지지 않는 게 당연지사이다. 인생을 오버하고 Scale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후회하지 말자.


한번뿐인 인생.. 한 번쯤 오버해서 살아보자. 아니 오버해서 살아가야만 하는 게 인생일지도 모른다. 난 오늘도 오버해서 살 준비가 되어 있고, 오버해서 살아도 가끔은 넘어지기도 한다. 내 인생의 Scale도 내 삶의 일부이고, 그 일부를 이 세상에 떼어내고 가도, 난 여전히 살아야 한다. 목욕탕에서 불린 때를 벗겨내고 불린 때를 아까워하지 않듯이 나 또한 불린 때를 벗기고 오늘도 오버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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