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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05. 2016

철 이야기 #5. Steam은 자족이다.

부제 : 삶을 스스로 지탱하라. 

드디어 철 이야기 마지막 편을 씁니다. 계속해서  마음속 부채로 남았는데, 설날 전에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철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나서 새로 시작한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시리즈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대략 10편 내외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는 10년 넘게 구상에만 그친 소설을 쓸까 합니다. 브런치를 통해서 연재할 예정입니다. 


5편. Steam은 자족이다. (부제 : 삶을 스스로 지탱하라.)


We don't still steal the steel.(우리는 아직 철을 훔치지 못했다.)  인류는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전해진 불을 이용해서 철을 만들었으며, 철기문명을 이룩하였다. 철근으로 된 고층빌딩 숲 사이로, 철로 만든 자동차를 타고 철로 만든 다리를 건넌다. 인류는 실리콘(Si)으로 만든 반도체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여전히 철(Fe)로 만든 철강제품으로  만들어진 하드웨어 세상에 살고 있다. 


Steel을 이해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 Slag(제선), Scrap(제강), Slab(연주), Scale(열연), Steam(에너지)로 요약된다. 마지막 키워드 Steam은 자족이다. 철광석에서 철로 만들기 위해서 석탄을 사용한다. 석탄은 탄화수소(C-H)로서 유기체 생물들이 퇴적해서 생긴 화석연료이다. 석탄은 보통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과정에 사용되어진다. 하지만 모든 탄화수소가 모두 환원 반응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용광로에서 미처 반응하지 못한 탄화수소는 가스의 형태로 발생한다. 이 가스를 부생가스라고 한다. 


부생가스는 제철공정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용광로에 뜨거운 바람을 넣어주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열연공정에서 Slab를 재가열 하는데도 사용된다. 석탄은 철광석에서 철을 만들기 위해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반응  못지않게, 부생가스를 생성한다. 마치 소가 등심, 안심, 갈빗살 등을 내어주고, 부산물로 소뼈까지 내어주듯이,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못 쓰는 부위가 없을 정도이다. 


석탄도 철광석에서 철을 만들어내고, 그 부산물로 부생가스를 만든다. 그 부생가스 중에 절반은 가스를 태워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를 이용해서 발전을 한다. 석탄은 부생가스로, 부생가스는 다시 물을 데워서 증기(Steam)를 만든다. 인류는 불을 이용해서 흙(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고, 불로 물을 데워 증기를 만들고 결국 번개(전기)를 만든다. 제우스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번개를 인류는 불, 흙, 물을 통해서 만든다. 그래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엄청난 재앙을 내렸던 것이다.


물을 데워 만든 Steam(증기)는 자족이다. 석탄은 자신을 태워 철을 만들고, 마지막 남은 가스를 태워 물을 데워 Steam(증기)를 만든다.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발전하여 결국 전기를 만들어낸다. 철강공정은 마지막 한 줌까지 내어준 석탄의 마지막 희생으로 전기(번개)까지 만들어낸다. Steam은 제철공정에서 충분히 자족하며 쓸 수 있다. 외부에서 전기를 가져다오지 않아도 자족하며  Steam으로부터 전기를 만들어 철강제품을 만들 수 있다. 보통 열연공정까지는 커버할 정도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삶도 그러하다. 오버해서 인생을 살아도, 내 삶을 태울 듯이 살아도 결국 부생가스가 생긴다. 석탄이 타고 또 태워도 부생가스를 생성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힘 중에 반은 Slab를  가열하는 데  사용해야 하고, 마지막 남은 절반의 부생의 힘으로 우린 물을 데워 Steam(증기)를 만든다. 그 증기로 쥐어짜듯 내 삶의 터빈을 돌려 전기(번개)를 만든다. 그 전기는 제우스처럼 다른 신과 싸우거나 징계하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비추는 가로등이 되고, 내 삶의 근간이 되는 전기가 된다.


Steam은 마지막 남아 있는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그 증기로 우리는 살아간다.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 태워도, 내 몸을 불사른다고 해도 부생가스는 나오기 마련이다. Steam을 통해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우리는 자족하며 살 수 있다. 삶을 스스로 지탱할 만한 힘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친구와의 우정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단란한 가족일 수 도 있다. 성공이라는 목표로 살아가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Steam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는 서글프면서도 희망이 된다. 석탄이 다 타고 남아서 물을 데워 Steam을 만든다. 스스로 자족하며 살 수 있고, 스스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Steam을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내겐 나를 지탱하고 스스로의 삶에 자족하며 살 수 있는 건 사랑하는 가족들 때문이다. 


오늘도 늦은 밤까지 퇴근하면서 아이들의 잠든 모습밖에 보지 못하는 엄마, 아빠들이 버티면서 살아갈 수 있는 건 가족의 사랑이다. 우리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을 하자. 나를 지탱해주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


P.S 이 글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있게 해 준 고인이 되신 장모님(고성자, 1957-2016)께 바칩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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