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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pr 13. 2020

경주 최부자로부터 배우는 “부자”란?

사방 백 센티와 사방 백 미터

오래전에 썼던 글을 방출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이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통과 아픔을 나누며 살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해봅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코스피, 코스닥에서 주식 10만 원 치 사는 것보다는 한적한 교외에 나가서 가족들과 함께 10만 원 식사하는 게 더 나은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하반기쯤 바꾸기로 한 SUV 타이어를 지난달에 좀 빨리 교체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직원들과 함께 회사 식당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나의 현명한 소비와 철저한 예방활동이 이번 위기를 이겨나가는 작은 실천이길 바라봅니다.


제목 : 경주 최부자로부터 배우는 “부자”란? (사방 백 센티와 사방 백 미터)


최근에 가족들과 함께 경주 교동 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교동마을 근처에 월정교 공용주차장이 신설되어 주차, 교통체증 스트레스 없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교동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경주 최부자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최부자댁 여섯 가지 가훈(육훈)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을 하지 마라.

2.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4. 흉년기에 땅 사지 마라.

5. 며느리는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6.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


이상 6가지 가르침은 21세기 적자생존, 무한경쟁으로 치닫아 갑질로 점철된 대기업 일가의 모습과는 매우 상반된 가르침입니다. 전문가들이 추산한 최부자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1조 원 내외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6가지 교훈 중에서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샐러리맨으로 살면서 만석(연봉 20억 원) 이상 벌기 어렵고, 하락장에 주식을 사는 게 투자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흉년에 땅을 사지 말라는 가르침 또한 딱히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는 구절이 딱 제 맘에 꽂혔습니다.


 저는 부자의 규모가 재산을 상징하는 “만석”에 있지 않고, 그 재산으로 다른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사방 백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제대로 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이유는 “만석”의 재산을 가지고 “사방 백 센티”에만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자신 일가족의 부를 지키기 위해 스스럼없이 법을 위반하고, 자기 가족 외에는 다른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일부 기업 사주들을 볼 때마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록 만석은 아닐지라도 “열석”이라도 “사방 십리”에 이는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만석꾼이 부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삽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사방 십 센티”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부자처럼 “사방 백리”에 굶어 주는 사람이 없게 할 수는 없겠지만 “사방 백 미터”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석” 재산을 일굴 수는 없을지 몰라도 콩 한쪽도 “사방 백 미터” 안에 있는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최부자의 마지막 교훈에 진정한 부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석 재산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에 적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 진짜 부자의 모습이 아닐까요?


 진보와 보수, 기업과 사회, 성장과 분배를 따지기 이전에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사방 백 센티”로 한정해서 사는 사람인가? 아니면 “사방 백 미터”로 사는 사람인가? 우리 모두가 “한 석”씩 모아서 만 명의 “한 석”이 만석을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주변 사방 백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21세기 최부자댁이 되길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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