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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Oct 31. 2019

어바웃 회사 3-2편

0.1%가 꿈꾸고 1%가 이해하고 10%가 실행한다.

 직장인 16년차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내겐 전부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직장생활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삶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내가 생각한 조직문화에 대한 접근이 정답일 수 도 없고, 내 경험의 총합이 만들어낸 의견에 불과하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군대문화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병장이 되면 내무반 생활정도는 어느 정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하여, 내 역할과 위치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때 그 경계 안에서는 유효하게 된다. 조직문화에 절망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내가 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여 내가 속한 조직을 변화시키다 보면 시나브로 변할 수 있다.


 조직에 있으면, 평균적인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아니면 열심히 일하는 척이라도 한다.) 실제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80%정도 직장인은 자신이 평균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만큼 회사와 직원이 생각하는 간격이 크다. 회사의 조직문화는 평균적인 사람들을 대변하게 되어 있다. 회사에서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신입사원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 과학적 발견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통상적인 회사는 누가 그 상을 받게 될까? 과연 신입사원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아주 회의적이지만, 신입사원이 그만한 성과를 이룩했다고 하면, 그 신입사원의 상사인 임원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80%쯤 될꺼다. 회사는 그렇게 돌아간다. 어찌 보면 비합리적이기도 하지만, 조직문화 관점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조직에서는 아주 특출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 특출 난 사람이 의사결정 단계에 이를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느냐가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면, 맥도널드 매장에서 일한 알바생이 특출한 아이디어나 성과로 본사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승진할 수 있느냐? 라는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 재벌 2,3세는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서 보통 대리로 입사했다가 5년 안에 부장이 되고, 40세에 이르기 전에 대표이사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핏줄의 특별함은 인정함에도 능력의 특별함은 기수, 서열 문화 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신기하지 않은가? 과연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능력보다 핏줄이 더 인정을 받아야 하나?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이 또한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나이, 기수, 서열을 무시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초고속 승진시키는 것도 조직문화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를 회사가 용인하느냐, 용인하지 않느냐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 세상은 0.1%가 꿈을 꾸고, 0.1%가 꿈을 꾼 그 이상을 1%가 겨우 이해하고, 1%가 이해한 그 꿈을 10%가 실행한다. 회사의 조직문화는 68.3%의 평범하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해서 마련된다. 그래야 조직의 융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조직은 성장하고, 변화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그럴려면 0.1%, 1%, 10%의 사람들이 평균을 넘어서는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의 유연성도 갖추어야 한다.


이건 외국 유학을 마치고 온 30대 초반의 천재 박사를 기술연구소 상무로 파격적으로 임명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외국인 유명 디자이너를 자동차 회사 부사장으로 데리고 오는 일이 아니다. 국가의 성장을 다룰 때 중요하게 평가받는 요소 중에 하나가 계층 간의 이동이다. 과연 우리 회사는 능력이 출중하고 특별한 사람을 평범하게 대우하지 않는가? 그들의 성과와 능력을 하향평준화 하진 않는가? 연봉을 올려주고, 성과금을 주고,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일시적인 인센티브가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 핏줄, 서열, 남녀로 평가받지 않고 능력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 조직은 과연 평균을 대변하는 조직문화를 가지는 동시에, 특별한 사람이 하향평준화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지 한번 살펴보자. 그 질문 앞에 정직해지고, 인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면 다행이다. 이 글로 총 4편의 글을 마친다. 스스로 고백하건대, 나 또한 내가 평균보다 일을 더 잘한다고 믿는 80%에 속하는 동시에, 나 또한 평균적이고 평범한 직장인이다. 특별하다고 믿는 평범한 사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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