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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Nov 07. 2019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2

존 코너와 대니 라모스, 세례 요한과 다니엘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는 사실상 그 전 터미네이터 시리즈와는 세계관을 공유하되 완전 다른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그 경계에 베토벤이 있듯이 말이다. 1편에서 얘기한 대로, 미래가 기계에 의해서 지배당하는 미래는 정해져 있고, 기계의 세계가 스카이넷이냐, 리전이냐의 문제만 남았다. 스카이넷에서는 존 코너가 저항군의 사령관으로 등장하는 반면, 리전에서는 대니 라모스가 저항군의 사령관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터미네이터 3이라고 부르지 않고, 다크 페이트라는 부제를 달지 않았나 싶다. 2편에서는 사라 코너가 No Fate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Dark Fate라고 얘기하는 걸 봐서는 미래가 확실히 암울하게 그려질 것 같다. 터미네이터 1,2편은 미래에서 온 기계 로봇이 사라 코너를 죽이려고 하거나, 사라 코너가 낳은 존 코너를 죽이려는 시나리오 전개이다. 또한 다크 페이트까지도 이런 형식을 기본 플롯을 삼아서 영화를 전개하였다. 아마도 내 생각엔 다크 페이트까지는 이런 방식을 선택하고 다음 편에는 다른 전개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우선 영화 전개상 이제는 사골이 되어 버린 설정 자체가 흥행에 도움될 리가 만무하다.


 또한 터미네이터 1,2편에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미래의 기계 로봇을 수천, 수만을 등장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으로 대규모 전투씬도 가능해졌다. 또한 최근 액션 영화의 트렌드 상 1명의 주인공을 원톱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어벤저스처럼 영웅들이 여러 명 나오는 게 훨씬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 나는 그 가능성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유추해보았다. 1,2편의 중요한 인물은 존 코너이다. 미래의 존 코너가 보낸 부하 카일 리스와 사라 코너의 아이이다. 성경의 플롯을 차용하자면, 존 코너는 성령의 잉태를 받아(미래에서 온 사람) 처녀인 성모 마리아에게 낳은 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인 예수여야 했다. 하지만 메시아라고 믿었던 그가 다크 페이트에서 터미네이터에게 살해당한다. 메시아 예수인 줄 알았는데, 세례 요한이었던 셈이다. 즉 그의 이름처럼 존은 요한이란 말이다.


 그러면, 다크 페이트의 주인공은 메시아인 예수와 비슷한 존재가 나타나야 한다. 그래서 사라 코너는 대니가 자신처럼 남자아이를 낳을 여자로 보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니가 바로 바뀌어 버린 미래에서 존 코너로 나타난다. 사라 코너의 세계관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사라 코너는 대니를 과거의 자신이라고 등치 하였지만, 대니는 과거의 존 코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 대니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대니는 다니얼이라는 성경 속 주인공을 차용한 여자 이름이다. 유대인이 바빌론의 포로로 잡혀갔었는데, 왕에게 참배하지 않는 유명한 히브리인이다. 그리고 다니엘에는 그 유명한 세 친구가 있었다. 터미네이트 다크 페이트는 주인공 이름을 다니엘이라고 명명하고, 리전에게 굴복하지 않은 세명의 친구를 조연으로 삼았다. 그레이스, 사라 코너, T800이다. 주인공 1명에 세 친구까지 합해서 다크 페이트란 영화를 구성한 셈이다. 그런 점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성경의 등장인물을 교묘하게 배치 또는 등장시켜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세명의 친구 중에 2명인 그레이스와 T800은 마지막 전투에서 죽고 만다. 엄밀히 말하자면 T800은 죽은 게 아니라, 없어졌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다음 편에서는 어떻게 될까? 또 다른 2명의 친구가 생길 것인가? 사라 코너가 계속 등장할 것인가? 우선 영화 흥행상으로 보면, 아놀드 슈왈츠네거와 린다 해밀턴은 이번 편으로 퇴장할 것 같다. 사라 코너는 주요한 역할보다는 관찰자 또는 짧은 등장으로 만족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영화는 올드 보이의 귀환으로도 두 사람의 흥행에 톡톡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음 편에는 새로운 3명의 친구가 등장할 것 같다. 그중에 그레이스는 어떤 형태이던지 다시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새로운 2명의 친구가 나타날 것이다. 다니엘과 세 친구의 등장과 같이 터미네이터는 앞으로 1+3으로 구성된 플롯으로 그려질 것 같다. 그게 새로운 영화 트렌드와도 부합하고, 최근 트렌드인 스핀 오프 시리즈 만들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례 요한에서 다니엘로 바뀐 구성을 감상하며, 2편을 마친다. 여하튼 제임스 카메론의 작가적 구성은 천재적이다. 그래서 여전히 그는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흥행의 “터미네이터”이다. 그에게 미래란 다크 페이트(Dark Fate)가 아니라 브라이트 플랜(Bright Pla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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