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Nov 08. 2019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3

텐센트의 등장과 존 코너의 퇴장

 영화 첫 시작에는 우리가 즐겨보던 제작사, 배급사의 로고가 등장한다. 터미네이터는 20세기 폭스, 스카이댄스 등이 등장했다. 마지막에는 생소한 로고가 떠올랐다. 바로 중국의 텐센트였다. 우리로 치면 네이버+넥슨 정도 되는 회사인데, 드디어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 제작에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일 간 엔화 절상을 필두로 일본 회사들이 미국의 자산을 마구마구 사들일 때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 중반에 소니가 컬럼비아 픽처스를 인수했다. 마치 20년에 일본이 그랬듯이, 중국이 헐리우드 영화 제작까지 진출했다. 돈은 국적이 없어서 일본에서 미국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터미네이터는 텐센트의 등장 못지않게 존 코너의 퇴장도 매우 의미가 있다. 바로 미국을 상층부를 이끌었던 백인 남자의 상징이 존 코너였다. 그런데 멕시코 태생 불법 이민자인 대니 라모스를 등장시켰다. 잘생기고 키가 훤칠한 백인 남성 존 코너에서, 이쁘장하고 작은 히스패닉 여성인 대니 라모스로 주인공이 바뀌었다. 이는 헐리우드가 기반인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등 미국 서부에 살고 있는 히스패닉 계층이 그만큼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히스패닉 여성 1명을 지키려고 2명의 백인 여성과 1명의 백인 남성이 함께 한다. 그리고 백인 남자로 연기하는 것도 실제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니, 사실상 여성 3명과 로보 1대 인 셈이다.


 다음 편에도 대략 1+3명의 구도로 그려질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텐센트의 지분이 높아져서 중국인이 등장할 확률이 높다. 영화를 제작할 때 흥행의 요소를 치밀하게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잘 활용하는 곳이 미국 스포츠, 영화산업이다. LA에 류현진이 나오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메이저리거를 보고, 야구 점퍼를 산다.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소비하는 연령대, 계층, 인종, 국가에 의해서 흥행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괜히 한국에서 찍는 게 아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어쩌면 지금 이 세상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자본의 미국 진출, 백인 남성의 퇴장과 히스패닉 여성의 등장은 지금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로마제국도 결국 망하기 마련이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천년만년 살 것 같았지만, 자식 세대에 망하고 만다. 유럽에서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세계 최강국이 될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견고하던 노키아도, IBM도, GE도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간다.


 아놀드 슈왈츠네거도 늙어가고, 린다 해밀턴도 늙어간다. 결국 과거의 노스탤지어는 향수로 남고, 미래의 주인공은 등장하고 만다. 소니가 헐리우드에 진출하고, 텐센트가 헐리우드에 진출하게 된다. 언젠가 타타그룹이 헐리우드에 진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카이넷이 가고 리전이 온 것처럼 말이다. 텐센트의 등장과 존 코너의 퇴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제국은 멸망하고, 시대는 변한다. 미래에는 영화 속 대사처럼 Whare are you from? 대신에 When are you from?이라고 물어야 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글로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를 마칠까 한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에 700년의 역사를 가진 카르타고가 멸망했다. 스키피오의 손자 에밀리아누스는 불타오르는 카르타고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언젠가 로마제국도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쓸쓸하지만 냉정한 역사적 사실 앞에서 자만하지 않고 늘 겸손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킬링 타임으로 봐놓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멍 때리고 봐야겠다. 그래도 아직까지 이런 영화를 만드는 제임스 카메론이 정말 대단하긴 하다.

작가의 이전글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