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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an 13. 2020

글들의 침묵

8-5 근무제가 바꾼 일상

 아주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지난 11 중순부터 회사가 9 출근, 6 퇴근하던 근무제도를 8 출근, 5 퇴근하는 제도로 변경하였습니다. 바뀐 근무제도가 직원들의 일상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전에 4시간 일하고, 오후에 4시간 일하면서 업무강도 조정이 좋았습니다. 사실  전에는 오전에 3시간 일하고, 오후에 5시간 일하다보면 오후 5시쯤 되면 나른해지고, 근무강도가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오전과 오후시간이 4시간으로 같아져서 오전에는   집중해서 일할  있고, 오후에는   타이트하게 일할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빨리 퇴근하면 6시쯤 집에 도착할   있고 회식도 6시에 하다보면 집에 가면 8시쯤 되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포항은 서울처럼 출퇴근 시간에 막혀야 40분이면 충분히 집에 도착할  있습니다. 단지 1시간 근무시간을 당겨서 일했을 뿐인데,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일상 중에 가장 중요한  중에 하나가 송두리채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보통 회사에 7 20분쯤에 도착해서 대략 40~60 동안 글을 써왔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라는 소설처럼  인생에서 거의 유일한 창조의 시간인 글쓰기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생각해오던 주제나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일기나 에세이 형태로 글을 써왔는데, 8시까지 출근하면서 글쓰기 시간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생각해두었던 아이디어는 계속 쌓이는데, 글쓰기로 인한 배출이 없으니 글쓰기 변비에 된통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러다가는 머리 속에 채워두었던 생각들로 터져버릴 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저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이대로 글쓰기를 당분간 접느냐? 아니면 시간의 짜투리를 찾아서 글을 쓸것인가? 현재로서는 글쓰기 짜투리 시간을 찾지 못해서 전자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글들의 침묵을 깨우고자 야근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 또한 저의 핑계일지도 모릅니다. 안그래도 글쓰기가 귀찮아지고, 생각할 꺼리가 없었는데 8-5 근무제를 핑계로 나태하게 살아가면서 자기위안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글들의 침묵을 깨고 다시 글을 쓰게  것입니다. 내일이 될지, 한달이 될지, 일년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게  것입니다. 양들은 잠시 침묵하지만 결국엔 “메에~메에~”하고 울듯이, 글들의 침묵도  끝나고, 다시 생각의 나래를 펼치게  것입니다.  때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저는 생각을 묵히고 익혀서 맛있는 한첩 상으로 내어놓겠습니다. 아직은 침묵하고 있지만, 침묵의 계절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짧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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