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May 29. 2020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다시 읽다.

내 젊은 날, 함께한 책을 다시 꺼내본다.

 “요새는 글 안 써?”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질문에 다시 글을 써본다. 엊그제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모두 읽었다. 1996년 겨울에 1권을 읽기 시작해서 2007년 봄에 15권을 다 읽었으니깐 20년동안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다. 그 책을 읽고 2000년 1월에 로마에 방문해서 첼리오 언덕 위에 오르고, 포로 로마노의 유적들을 둘러보았다. 또한 로마 남쪽에 있는 카타콤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녀오고, 라테르노 대성당에 방문하기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가 했던 한일관계에 대한 얘기는 무척 기분 나쁘기도 하지만, 인류 역사의 빛나는 제국이었던 로마를 쉽게 설명해줘서 고맙기도 하다.


 20~30대에는 주로 1권~5권까지 읽었다. 특히 3권에서 5권까지는 그야말로 책을 놓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한니발, 스키피오, 파비우스, 마르켈리우스, 그라쿠스 형제, 마리우스, 술라,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그라쿠스, 데키우스 브루투수, 마르쿠스 브루투수, 안토니우스, 루쿨루스, 옥타비아누스, 클레오파트라, 라비에누스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기다 칸나에 전투, 자마회전, 알레시아 공방전, 악티움 해전 등 멋진 전투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러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27명의 원로원 의원에게 칼빵을 맞아서 죽고 나서,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를 악티움 해전에서 이긴 이후에는 그만 흥이 떨어진다. 그 뒤로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칼리쿨라, 클라우디우스, 네로가 등장해서 (여기까지가 6~7권이다.) 간간히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마치 엄청난 1편 흥행작 이후에 어설픈 속편을 보는 것같은 기분이다.


 2007년 이후에 다시 완독하겠다고 1권부터 다시 읽어보다가 항상 6~7권에서 읽기를 관두고 만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 영향으로 시간이 많아서인지 15권을 끝내 다 읽었다. 읽고 나니,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에드워드 기번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는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 아우구스투스 이후에 로마제국이 어떻게 쇠해서 망하는지 글을 썼다. 대영제국의 최고 융성기에 로마제국 쇠망기를 썼으니, 그 또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도 언젠가 쇠하리라고 느꼈던 것일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20대의 체력, 30대 저돌적인 생활을 그리워한다. 40~50이 되어서도 체력이 쇠하였지만, 20~30대 생각해서 운동하다가 다친다. 전성기가 지나면, 전성기로 돌아갈려고 발버둥 쳐보기도 하지만 역사는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쇠해진 현재를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무엇인지 성찰하는게 더 나은 대안이다. 이미 40대 중반을 휘돌아서 살아온 나도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읽으며, 나는 어디에 있는가? 고민해보았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이 생겼다. 1~15권을 통틀어 단 한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다. 아마 전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리더 5명을 꼽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난 그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오노 나나미처럼 누군가가 “조선인 이야기”를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로부터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는다고 한다. 난 이 말의 당위성은 믿으면서도 현실은 “역사는 항상 반복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가 오늘도 계속된다는 씁쓸한 진실을 재확인하더라도, 우리는 역사를 배우고, 역사를 읽어야 한다. 내 젊은 날, 함께한 책을 다시 꺼내본다. 다음은 이문열의 “삼국지”일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어볼까? 나도 한때 문학소년이었는데, 이제는 주식, 경제에 관심있는 “중년아재”가 되어버렸다. 다시 젊은 날의 책을 들추어 꺼내본다.

작가의 이전글 캠핑,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