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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y 28. 2020

캠핑,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늑대와 개의 시간, 불멍 때리다.

 코로나 때문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2018년 캐나다 록키여행 때 캠핑을 시작한 이후에, 2019년 미국 서부여행 캠핑까지 주로 북미에서 캠핑을 해본 적은 있었습니다. 외국 여행 중에 구입한 캠핑 장비라 아주 단촐하게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여의치 않게 되어, 궁여지책으로 가족들끼리 포항 인근 해수욕장 솔밭에 중심으로 노지캠핑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지인 가족들과 함께 부여까지 장거리 원정 캠핑까지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캠핑의 하이라이트라는 불멍화로까지 구입하였습니다. 하나 둘 사다보니깐, SUV 트렁크는 하나둘씩 채워지고 말았습니다. 캠핑을 시작해볼까 고민하는 예비 캠퍼를 위해서 아주 간단한 캠핑장비를 소개할까 합니다. 캠핑장이나 노지캠핑 사이트에 가면, 화려하고 비싼 캠핑장비에 주눅들기 마련입니다. 캠핑은 안락한 집을 떠나서 춥고, 불편한 생활을 감수하고 자연과 가까이 가는 연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집에서 누렸던 안락함을 바깥에서도 누리고 싶다면, 그야말로 개미지옥이 되고 맙니다. 불편해도, 그걸 참고 견디며 세상과 한 걸음 떨어져 살아보면 캠핑의 맛을 조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 텐트 (20만원)

 우선 텐트를 마련하셔야 합니다. 첫 시작이니 10~20만원짜리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꼭 텐트를 고정시키는 단조팩 30cm(1500원 내외)을 6개 이상 따로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텐트제품에 제공하는 고정팩은 너무 얇아서 망치 몇번 치다보면 휘어져서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텐트는 2명이 20분 이내로 칠 수 있습니다.


2. 매트 (3만원)

 텐트에서 잘려면, 바닥에 돌때문에 제대로 자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여행하실꺼면 저렴한 2~3만원짜리 발포매트 추천드립니다. 에어매트나 자충매트도 추천을 권해드리는데, 우선 발포매트에서 주무시고 나중에 추가로 구입하셔도 됩니다.


3. 캠핑의자 (10만원)

 캠핑가면 음식하고, 먹고, 씻고, 놀고.. 이런 패턴이 계속됩니다.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릴렉스 의자가 좋지만 좀 비쌉니다. 좀 작은 의자는 하나에 2만원이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습니다. 1인당 1개씩은 필요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0만원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좀 여유가 되시면, 성인은 릴렉스 의자 개당 5만원 내외로 사시고, 아이들은 개당 2만원짜리도 나쁘지 않습니다.


4. 침낭 (12만원)

 캠핑가서 꼭 침낭에서 주무실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 있는 이불, 담요를 챙기셔도 됩니다. 침낭을 둘둘 말아서 정리하기 편하기 때문에, 부피를 줄일 수 있고 보관하기 편하기 때문에 구입하기도 합니다. 침낭은 한사람이 쏙 들어가는 머미형과 이불형이 있는데, 한밤 중 최저온도가 4~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이불형 침낭도 괜찮습니다. 평상시에는 집에서 사용할 수 있어서 활용성이 높습니다. 저렴한 침낭은 3~4만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5. 조리기구 (3만원)

 집에 있는 부스터를 가져가셔도 되고, 간단한 캠핑버너도 괜찮습니다. 코베아에서 나오는 구이바다가 활용성이 매우 높지만 가격대가 10만원이라 첫 구매하기엔 부담스럽습니다. 그냥 1~2만원짜리 캠핑버너와 1만원짜리 바람막이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희 집은 그걸로 고기도 구워먹고, 라면도 끓어먹고, 커피도 먹습니다. 집에서 먹는 수준으로 먹을려면 돈이 엄청 듭니다.


6. 불멍 화로대, 토치 (5만원)

 저희 가족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불멍 타임입니다. 저녁은 해지기 전에 캠핑버너에 고기를 구워먹습니다. 주변에 바베큐로 드시는 분들도 많지만, 초보 캠퍼들은 그냥 가스불에 구워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녁을 다 먹고, 불멍 화로대에 장작을 하나둘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만원짜리 코베아 토치로 장작에 불을 붙입니다. 저녁먹기 전에 아이들에게 주변에 잔가지 주워오라고 시켜놓습니다. 애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주변 잔가지를 주워옵니다. 불멍 화로대에 노란 불꽃이 이글거릴 때면, 캠핑꼬치에다 마시멜로와 쏘세지를 꼽아서 구워먹습니다. 이때가 하이라이트입니다. 불멍화로대는 3만원 정도 하고, 토치는 1만원, 장작은 한박스에 1만원합니다. 캠핑꼬치는 1만원정도 합니다.


지금까지가 저희 가족이 캠핑을 최소한으로 하는 방법입니다. 이 정도로도 캠핑의 재미를 90% 이상 즐길 수 있습니다. 캠핑은 안씻는게 맛입니다. 간단하게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와 양치질 정도면 충분합니다. 캠핑을 하면서 집에서 누리는 안락함을 누리고 싶다면, 한화리조트, 대명리조트에 가시면 됩니다. 캠핑은 먹고, 놀고, 멍때리다 오면 일주일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습니다.

 

 해는 서편으로 넘어 지고, 어슴츠레 어둑해지면 늑대와 개의 시간이 옵니다. 그 때 불멍 때리면서, 맥주 한캔을 마시는 캠핑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수도꼭지를 트련 10초내에 온수가 나오고, 환한 형광등 아래 거실에서 유튜브나 TV를 보는 편안함에서 잠시 벗어나면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쯤은 안 씻고, 저녁에 텐트에 누워 풀벌레, 개구리 울어대는 소리를 듣고, 아침에 새들의 지적이는 소리를 들으며 깨어나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늑대와 개의 시간을 보내다보면, 저 멀리 오는 형체가 늑대인지 개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불편한 캠핑을 감수하고 하룻밤 노숙하다가 보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불편함인지 행복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애매모한 시간에는 이글대는 불꽃을 보며 멍때리는 게 좋습니다.

 

 우린 너무 복잡하게, 우린 너무 안락하게, 우린 너무 성장에 길들여져 있었습니다. 한번 쯤은 간단하게, 불편하게, 무위도식하며 살아보길 추천드립니다. 역설적이게도, 아주 간단한 캠핑을 위한 준비를 위해서는 50 ~ 100만원을 소비해야 합니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도, 문명에서 벌어온 돈이 필요합니다. 이것조차 늑대와 개의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마시고, 주변에 캠핑가는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같이 가자고 부탁해보세요. 보통 흔쾌히 도와주실 겁니다. 누구나 처음은 서투른 법입니다. 하지만 첫 시작 이후에는 캠핑의 재미를 하나 둘씩 알게 될 겁니다. 이번 주도 저희 가족은 불멍 때리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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