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Jun 16. 2020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루비콘 강을 건넌다.

 이 강을 건너면 인간 세계가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

1. 주사위는 던져졌다.

2.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3. 인간은 누구나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

4. 브루투스, 너마저


고대 로마제국 역사상 유일한 천재라고 칭송받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남긴 말이다. 갈리아 전쟁을 마무리 짓고,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국가의 적으로 단죄받고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심복 중에 심복인 13군단을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넌다. 사람들은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을 더 기억하지만, 나는 “이 강을 건너면 인간 세계가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 가자! 우리의 명예를 더럽힌 적이 기다리는 곳으로..” 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폼페이우스나 키케로와 같이 공적 의식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투의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7~8년의 갈리아 전쟁을 함께 치르며, 목숨을 걸고 싸운 동지이자 부하들에게는 “이 강을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루비콘 강을 건넌다. 결정적 선택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나 스스로 선택하기도 한다. 나도 짧지 않은 인생에서 결정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 강을 건너면 내 꿈에는 다가서지만, 건너지 않으면 내 삶이 안전해진 적도 많았다. 어떨 때는 그 강을 건너면 내가 속한 팀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적인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내게는 13군단이 있었다. 내 결정을 존중해주고, 내 결정을 믿어주고 따라와 준 친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싸움의 승패와 상관없이 루비콘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내겐 회사에서 일로 만났지만, 13군단 같은 친구들이 있다. 어제 나를 포함해서 4명이서 세상 쓸데없는 얘기와 7월에 다 같이 놀러 가자는 약속 따위를 말했다. 누가 술값을 내어도 자연스럽고, 언제 다시 만나도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항상 놀던 형, 동생 같았다. 형이 가야 하는 길과 동생이 가야 하는 길이 다르다고 해서 미워하지 않는다. 링 위에서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붙여도, 경기가 끝나면 부둥켜안고 상대방의 승리를 축하해준다. 그래서 4명이 만나면, 흉금을 털어놓고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 꽃을 피우기가 일상다반사다.


 내가 건너고 있는 루비콘 강, 그리고 나머지 3명이 각자 건너고 있는 루비콘 강이다. 같은 강을 건너고 있어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루비콘 강을 건너기로 한 이상.. 결단을 해야 한다. 카이사르도 루비콘강을 혼자 건넜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와 함께한 13군단이 있었기 때문에 카이사르가 꿈꾼 로마가 탈바꿈할 수 있었다. 나에게 13군단은 누구인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어젯밤 11시까지 가슴속 얘기를 털어놓고, 각자의 루비콘 강을 얘기했던 4명이 아닐까? 나도 그 사람들에게 13군단이고 싶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서 나도 돕고 싶다.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여도, 우리가 싸운 전투를 통해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싶다.


P.S 7.11일 토요일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다들 그때 만납시다.  

작가의 이전글 키안티 클라시코를 맛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