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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19. 2020

매트릭스 : 아키텍처와 오라클

조직을 유지하는 힘에 맞서 개인은 선택을 해야 한다.

1999년 세기말에 워죠스키 형제(이제는 남매)가 내놓은 매트릭스는 가히 비주얼, 메시지에서 충격적인 영화였다. 네오, 트리니티, 모피어스, 스미스 요원, 니오베 등 쟁쟁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매트릭스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를 내리자면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보거나 유튜브에 자세히 나와 있다. 언제 시간이 되면 나만의 매트릭스 감상기를 써봐야겠다. 오늘은 기계가 만든 가상세계인 매트릭스 속에서 중요한 핵심인 아키텍처와 오라클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매트릭스는 인간을 가둬놓고, 가상의 세계에서 완벽하다고 보이는 구조를 설계한다. 그 뼈대가 아키텍처이다. 아키텍처는 기본적으로 매트릭스라는 거대한 구조체 또는 조직을 유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조직에 속하게 만들고, 그 조직 안에서 순응하게 만든다. 각 개인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서 살아간다. 그런데 아키텍처가 만든 매트릭스는 이상하게 계속 실패하고 만다. 왜냐면 완벽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 인간은 이상하게 느낀다.


몇 번이고 실패한 끝에 아키텍처와 반대인 오라클(신탁)이라는 존재를 창조한다. 오라클은 인간에게 선택이라는 자유의지를 준다. 그리고 오라클은 모피어스, 트리니티와 같이 매트릭스 세계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신탁(오라클)과 같은 예언을 계속한다. 즉 언제가 ‘그’가 오면 매트릭스에 갇힌 인간들을 구원할 거라 한다.


다시 돌아가 보자. 회사도 결국 메트릭스다. 회사는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고, 각자 맡은 역할에 맞춰서 열심히 일한다. 직급의 상하에 맞춰, 무능한 상사의 지시를 유능한 부하가 해야만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 발생한다. 매트릭스인 조직에서는 일한 대가 또는 노동의 보상으로 임금을 제공한다. 일 잘하거나, 능력을 인정받으면 더 많은 보상과 승진을 보장받는다. 그렇게 구조화된 아키텍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아키텍처가 없으면 매트릭스는 돌아가지 못한다.


매트릭스 안에서 그 조직의 불합리나 이상한 점을 발견한 특이한 사람이 생긴다. 네오, 트리티니, 모피어스 같은 사람은 반드시 생겨난다. 그들은 조직이 움직이게 하는 방식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의문을 품는 자들을 스미스 요원이 색출하여 제거한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아키텍처의 지배 아래서는 결코 계속 유지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 누군가 의문을 품는 자들이 선택하고 매트릭스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인이 있어야 매트릭스는 유지될 수 있다. 희한한 아이러니이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키텍처가 필요하지만, 조직에 의문을 품는 자들이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변화시킬 수 있어야 그 조직이 망하지 않고, 더 길게 유지된다.


다들 직장인이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역할에 맞춰서 아키텍처가 요구하는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아키텍처가 구조화한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사람들이 반드시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을 제거하고, 없애려는 스미스 요원들이 도처에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아키텍처만으로 유지될 수 없고, 오라클의 신탁이 필요하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해서 열심히 살되, 조직을 유지하는 힘에 맞서 깨어난 개인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제 만난 4명의 동지들은 각자 깨어있는 네오, 트리니티, 모피어스가 되어서 느브갓네살 호를 타고, 매트릭스에 대항해서 살아간다. 그래야 매트릭스는 유지되고, 매트릭스는 성장하게 된다.


오라클이 내려준 신탁을 믿건 믿지 않건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결과는 파장을 일으켜 결국 매트릭스를 변화시키고 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키텍처에 맡겨준 역할은 충실히 하되, 의문을 품고 선택을 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모피어스가 되어서 수많은 “네오”를 깨우고, 그들이 바꿀 세상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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