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Sep 10. 2020

프리즘, 인간의 스펙트럼

빨주노초파남보, 7색 무지개는 없다.

빛은 아무런 색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프리즘을 통해서 다양한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으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 7색의 무지개 색깔을 배우지만, 실제로 빛의 스펙트럼은 7색으로 정확히 나눠지지 않고 연속되어서 색감이 나타난다.


어제 나를 포함해서 4명이 직장동료들이 모여서 식사를 했다. 한 때 같은 팀에서 근무했지만, 내가 그 팀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면서 나를 제외하고는 같은 팀 소속이었다. 내가 4년 정도 그 팀에서 일했는데, 4명의 조합으로 개인적으로 저녁을 먹기는 처음이었다.


어제 저녁을 먹고 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인간도 빛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겉으로 보기엔 무색처럼 보인다. 한 인간을 프리즘을 통과해서 살펴보면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타난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일 수 있지만, 여성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일 수도 있다. 어제 4명이 만난 사람들이 그랬다. 저마다 지역, 학력, 정치적 배경, 신념들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다.


회사라는 공간에 일하지만, 회사를 바라보는 시점들이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는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노측, 사측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상대방을 프레임에 가두고 본다. 마치 한 인간은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 다양한 파장을 가진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간색만 보고 진보라고 말하고, 보라색만 보고 보수라고 쉽게들 말한다. 그리고 진영논리를 펼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도 하고, 자기편을 규합시키기도 한다.


인간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 빨주노초파남보로 이해하기 쉽게 7색으로 구분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의 색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며 빛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빨간색과 보라색 지점에 있기도 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초록색 지점에 있을 수 있다. 월급이 적정한지 여부는 서로가 다른 관점을 취할 수 있지만,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즘, 인간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좀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빨간색으로만 보지 않는지, 나는 보라색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지 반성해본다. 인간은 7색으로 나눌 수 없고, 빨간색이 보라색을 박멸할 수도 없다. 빛이 공존하듯이, 인간의 스펙트럼도 다양하게 공존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어제 만난 3명이 또 다른 나의 "스펙트럼"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서 나와의 유사점과 차이이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유사점을 느낄 때면 연대감이 들고, 차이점을 느낄 때면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빨주노초파남보, 7색 무지개는 없다. 무한히 많은 색이 있으며, 그 색이 모일 때 무색이 빛이 되어서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오늘도 난 그 빛을 찾고, 다양한 인간의 스펙트럼을 이해하기 위해 프리즘을 열심히 들여다 본다. 역시.. 사람은 어렵다. 그리고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P.S 어제 처음으로 개인적인 자리를 했는데, 자주 해봐야겠다. 어디가도 이 4명의 조합은 나오기 어렵다.  

작가의 이전글 선배의 자격, 먼저 산에 오른 하산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