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Nov 11. 2020

호우시절과 호우관성

좋은 비는 때을 알고 내리고,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성을 꿰찬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상의 소회를 글로 남겨봅니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 항상 빠지지 않는 명작이 바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허진호 감독은 남녀 간의 섬세한 감정을 절대로 오버하지 않고, 가슴 먹먹하게 담아내는 기막힌 재주가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와 더불어 숨겨진 그의 작품 중에 2009년 “호우시절”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정우성과 중국 여배우 고원원이 주연한 작품인데 안 보신 분들은 꼭 추천드립니다.


“호우시절”이란 말은 당나라 시인인 두보의 시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원래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인데, 가운데 “알 지”를 빼고 호우시절이라고 제목을 지은 듯합니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좋은 비는 때를 안다 또는 때마침 내리는 적당한 비” 이런 뜻입니다. 옛 농경사회 시절에는 곡식이 자라는 시기에는 적당한 비가 내려야 합니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나 장마철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아니라 4~5월에 대지를 흠뻑 적시는 “좋은 비(호우)”가 “때를 알고(시절)” 내려주어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습니다.


사람도 농사와 같아서 어떤 시절에는 좋은 비를 만나야 합니다. 좋은 비는 때마침 만난 사람일 수도 있고, 때마침 알게 된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여러분들이 “호우시절”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로서 만난 사이지만,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같은 시절은 함께 보내는 여러분들을 볼 때마다 전 “호우시절”을 떠올려봅니다. 제 직장생활에서 이처럼 때마침 내려오는 좋은 비를 만나고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다음은 어제 식당 이름입니다. 호우관성(好友串城)이란 이름은 호우시절(好雨時節)과 비교했을 때 호우라는 음차는 동일하지만 전자는”좋은 비”이고 후자는 “좋은 친구”를 의미합니다. 그러면 관성(串城)은 무슨 뜻일까요? 여기서 관(串)은 생긴 게 딱 양꼬치처럼 생겼습니다. 표의문자답게 뜻은 “꿰다”입니다. 여기서 성(城)은 나라, 도읍, 성(Castle), 지역 이런 의미가 됩니다. 그러면  관성은 “나라, 도읍 따위를 꿰다.”라고 해석할 수 도 있고, 꿰는 장소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호우관성 사장님이 “좋은 친구들끼리 (꼬치)를 꿰어 먹는 곳”이란 뜻으로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저는 좀 다르게 해석해보았습니다.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나라, 도읍을 꿰는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이렇게 말입니다. 지난번에 A팀장님께서 여기 모인 사람들이라면 공장을 부지선정, 건설계획, 연원료 구매, 생산 등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Build Up 할 수 있다는 말에 감명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들과 함께라면, 성(Castle)을 꿰는 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성(Castle)은 좁게는 회사 운영회의 준비와 보고이지만, 크게는 회사의 생산/안전/설비/품질/에너지/인사/재무 라는 각자의 성을 꿰차는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호우관성은 양꼬치만 꿰는 곳이 아니라 세상을 꿰는 곳입니다.


이제 글을 마칩니다. 인생에 스쳐가기도 하고, 평생을 함께 하기도 하는 인연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호우시절”임에 틀림없고, “호우관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좋은 비처럼 적당한 때에 맞춰서 제 인생의 대지를 부슬부슬 충분히 적셔주었고, 좋은 친구(동료)와 함께라면 세상을 능히 이겨 성을  꿰어 찰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호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을 꿰는 일을 도모하고, 우리의 좋은 비가 회사의 미래와 후배 세대에게 적당한 시절이 되길 기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호우관성에서 호우시절을 생각하며, 정윤식 드림

작가의 이전글 프리즘, 인간의 스펙트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