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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Nov 16. 2020

59점 불합격에서 깨닫는 교훈

환경에 지배를 받더라도 나를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

 올해 하반기에 건설안전기사라는 자격증 공부를 했다. 딱히 내 전공인 기계공학과는 거리가 먼 자격시험이지만, 제조업에 일하고 있고 회사에서는 여기저기가 공사판인 관계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1차 필기는 다행히도 1번에 합격을 했는데, 2차 실기(필답, 작업) 결과가 11월 12일에 발표되었다. 60점이 합격인데, 아쉽게도 59점으로 아깝게 떨어졌다. 큐넷 홈페이지에서 시험 결과를 확인할 때 두 눈을 의심했다. 1점 차이로 불합격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간 2차 실기시험을 준비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하루 종일 안타까움, 아쉬움 마음으로 가득한 채로 풀이 죽어지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자격증 1,2회 시험이 통합으로 치러지는 바람에, 매년 4번 있던 시험이 추가 1회가 더 늘어났다. 나같이 3차 실기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을 위해서 마련된 시험이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를 수십 번에 걸쳐서 가까스로 추가시험을 접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곰곰이 내가 59점을 맞고 불합격된 변명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2차까지 66%였던 2차 실기 합격률이 3차에는 13%로 대폭 떨어졌다. 말로만 듣던 “역대급 불시험”이었다. 하필 내가 치는 시험이 역대급 난이도를 자랑하는 시험이었다니... 아쉬움이 가득했다. 보통 자격증 시험에는 기출문제가 60~70% 나오고 신출 문제가 30~40% 나오는 게 통상적인데, 이번 시험에는 그 반대로 나와버렸다. 그래서 나는 “운” 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둘째, 통상 채점관은 부분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 조금 애매한 사항은 모두 오답으로 처리할 듯하다. 역대급 난이도에 부분점수 오답처리까지 겹치니, 나같이 대충 공부한 수험생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가지 확실한 핑계와 변명으로 나를 합리화했다. 그래야 나의 모자란 학습량이 드러나지 않을 테니깐..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13%를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만 탓한다고 합격을 바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13%는 합격하지 않았던가? 필답 문제 중에 탬퍼롤러와 탠덤롤러 중에서 헛갈린 문제가 있었다. 확실하게 외우지 못한 탓에 탠덤롤러라고 작성했는데, 정답은 탬퍼롤러였다. 이 문제가 3점 짜리였으니 이 문제를 맞혔다면 62점으로 합격을 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59점으로 떨어진 이유를 역대급 불시험, 부분점수 오답에서 핑계를 찾았었다. 그래서는 내 마음만 편할 뿐이고, 시험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환경에 지배를 받더라도 내가 탠덤롤러 대신에 탬퍼롤러라고 썼다면 나는 62점으로 합격을 했으리라... 여전히 내가 공부해야 할 이유이고, 이왕에 공부하는 김에 제대로 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세상살이도 비슷했다. 환경에 지배를 받더라도 나를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에게 이런 생각을 강요한다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나에게는 관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5차 추가 접수를 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60점을 넘기리라 다짐을 해본다. 이번에도 역대급 불시험이 와서 설령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는 핑계나 변경을 찾지 않길 바란다. 그래야 변화가 있고, 그래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11월 29일에 마지막 시험을 치르기까지 잠시 브런치도 쉬어야겠다. 그 다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써본다. 그리고 합격자 발표일에 이 글을 읽고 부끄럽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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