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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23. 2021

초월수 2, 허수 1 그리고 자연수 2

희한한 조합으로 인생을 이루다.

 드디어 마지막 3번째 돌을 튕길 차례이다. 첫 번째 과감한 도약, 두 번째 직각으로 뻗어나간 균형 조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과 반에 걸쳐  합을 이룰 시간이다. 바로 시작해보자.


제목 : 초월수 2, 허수 1 그리고 1

 

 2편에서 언급했듯이 e^i*pi + 1 = 0 이라는 오일러 공식이 있다. 여기에 초월수 e, pi는 2개, 허수 i는 1개, 마지막으로 자연수 1,0는 2개이다. 공식을 다시 쓰면 e^i*pi = - 1로 쓸 수 있으니 자연수 2개 대신에 음수 1개로 얘기할 수 있다. 초월수인 e, pi를 더하거나 곱하면 초월수인지 알 수 없는데, 초월수 e를 i*pi로 거듭제곱하면 그 값이 -1이라는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도저히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다. 난 대학시절, 오일러 공식을 보며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이라는 그림을 보는 것 같은 혼란을 느꼈다. 시계가 녹아 나뭇가지와 탁자에 걸려있는 이상한 그림을 보듯이 말이다.


 i까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수라서 허수라고 한 것까지는 인정하자. 제곱해서 2가 되는 수를 루트 2라고 정의하고, 1.414213...으로 계산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숫자라고 생긴 1,2,3,4,.... 과 같은 수는 곱하면 무조건 양수가 나온다. 그런데 2차 방정식을 풀다 보니 곱해서 음수가 나오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다면 x^2 = - 1이라는 수를 i와 -i라고 하고 이를 허수라고 했다. 허수가 나오는 순간, 내가 가지고 있는 카시오 계산기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허수는 우리가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서학개미가 테슬라, 애플 주식을 살 때는 전혀 소용없는 숫자이다. 내 은행계좌에 4,000,000원 대신에 4,000,000 + 2234i 원이 들어있지 않다. 스타벅스 Tall 아메리카노는 4,100원이지 4,000 + 100i원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쓰는 스마트폰에서 통화버튼을 누를 때, 인터넷 쇼핑을 하기 위해서 브라우저를 쓸 때마다 전자파가 기지국에 빛의 속도로 이동할 때는 어김없이 i가 나타난다. 또한 엘론 머스크가 스페이스 x 로켓을 써서 대기권을 통과할 때는 e, i라는 두 수를 쓴다. 아마도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게 된다면, 그들은 10진법 아라비아 숫자를 쓸 가능성은 낮지만, e와 i를 알 가능성은 100%이다. 우주를 개척하는 일, 태양계를 벗어나는 일은 e, i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현대문명은 뉴턴, 닐스 보어, 아인슈타인 보다도 오일러에게 더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나와 너는 각자 e, i로 초월수로 살아간다. 하지만 상상만으로 가능한 허수(imaginary number)인 i를 만나면 상상치 못한 결과를 얻는다.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 e^pi를 계산기로 두드리면 23.14069263... 이런 수가 나온다. e^-pi를 계산하니 0.043213918... 이렇게 나온다. e에 어떤 실수를 거듭제곱하더라도 0보다 큰 값이 나오게 된다. pi 앞에 i를 두고 거듭제곱하면, 계산기로는 계산할 수 없지만 e^i * pi는 -1이 된다. i를 거듭제곱하면 -1이 나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증명과정은 약간의 수학적 기본만 있으면 충분히 설명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자.


 이제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정한 것도 아닌데, 나를 이해하는 상당 부분은 대수적 해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대수적 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인생을 초월수로 정의해야 한다. 20~21세기 대한민국에 태어났다고 하면, 남들이 정해놓은 n차 방정식에서 헤어 나오기 정말 힘들다. 남자, 여자,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LH 직원, 좌파, 우파, 수도권, 비수도권, SKY, 지잡대 등등 우리를 규정하는 너무도 많은 대수적 해 앞에서 때론 숨이 턱턱 먹힌다. 20살 넘어가도록 내 인생을 내가 정의도 못 내리고, 남이 정해놓은 n차 식에 갇혀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초월수로 정의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 멋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정의할 주체자로 살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수많은 초월수가 모인다. 하지만 각 개인의 초월수는 상상의 수인 i를 만나면 희한한 조합으로 태어난다. 우리는 줄곧 거듭제곱은 양수일 거라고 배웠다. 하지만 i 덕분에 제곱해서 -1인 수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e와 pi가 i를 만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 수식은 대수적으로 풀 수 없다. 우선 나는 내 인생에서 나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는 초월수인가?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 나를 항상 웃게 해 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다른 초월수를 찾았는가?


 만약에 다른 초월수를 만났다면, 우리는 드디어 i를 만나야 한다. 두 초월수 e, pi는 i를 만나고서야 위대한 도약을 하게 된다. 두 초월수를 현실에 붙어놓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상상의 수인 허수가 필요한 법이다. 그렇게 초월수 2개가 허수 1개를 만나서 자연수인 1과 0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정말 희한한 조합으로 인생을 이루며 살아간다. 나는 오늘도 스스로 자문해 본다. 나는 초월수인가? 나는 내 삶에서 상상의 수인 허수를 만났는가? 그리고 그 허수와 또 다른 초월수와 짝을 이루며 거듭제곱하였는가? 나를 거듭제곱하여 도약시킬 힘은 허수와 또 다른 초월수라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는 커다란 도약을 거쳐서 1과 0으로 표현할 수 있다. 어찌 이 수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P.S 이 글이 내가 브런치에 올린 203번째 글입니다. 앞에 200은 과거로 묻고 다시 시작하는 맘으로 글을 쓸려고 합니다. 긴 글, 횡설수설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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