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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10. 2016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3

3편. 수렴과 발산 (부제 : 무한급수, 당신에게 묻는다.)

설 연휴가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설 연휴 운전하는 동안 3편으로 어떤 글을 고를까 고민했습니다. 10편의 구성을 다 해놓지 않았고, 소재가 될 만한 아이디어만 20편 남짓 됩니다. 고민만 하다가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어떤 반찬을 꺼내서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방금 낚시로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로 회를 떠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머리 속 묵혀놓은 소재도 좋지만 설 연휴에 느꼈던 신선한 소재로 글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학시절 Data Structure라는 전산과목에 FIFO(First Input Fisrt Out, 선입선출법), LIFO(Last Input First Output, 후입선출법)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인생의 많은 기다림은 선입선출법이 Fair한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관, 은행에서 줄 서기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은 후입선출법으로 글을 씁니다. 왜냐하며 방금 잡아온 물고기를 너무 싱싱해서 회을 떠서 먹기로 했습니다. 먼저 회 먹고, 다음에 밑반찬을 꺼내서 먹기로 합니다. 


3편. 수렴과 발산 (부제 : 무한급수, 당신에게 묻는다.)


3년 간의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 중에서 가장 유한한 시간이다. 정해놓은 3년이란 유한한 기간 동안 대학입시라는 정해준 목표를 두고 타인과 무한경쟁을 한다. 가장 유한한 기간 중에 "무한"이란 개념을 배운다. 무한을 배워야 무한급수, 도함수를 거쳐 미적분이라는 큰 산을 마주할 수 있다. 필자처럼 기계, 전자공학을 배운 공대생에게 무한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개념이다. 무한은 좁은 교실 안 딱딱한 책상에 앉아 졸린 선생님의 설명으로 배워서는 안된다. 하늘에 쏟아지는 무수한 별을 바라보며, 추웠던 겨울을 지나 새 순이 돋는 겨우살이 나무를 바라보며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껴야 겨우 한 자락을 잡을까 말까 한 것이 무한이다. 


무한급수(Infinite Series)는 무한을 그나마 쉽게 배울 수 있는 초급 코스이다. 피아노를 배울 때 바이엘을 지나 체르니로 넘어가듯 무한도 무한급수를 거쳐야 미적분을 더 깊이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 무한급수를 풀어보면 대개 3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수렴, 발산 그리고 수렴도 아니고 발산도 아닌 답. 


수렴(Convergence)은 n이 무한히 커졌을 때 해당 수열이 일정 값에 가까워지는 것을 말하고, 발산(Divergence)은 n이 무한히 커졌을 때 해당 수열이 수렴하지 않고 음과 양의 방향으로 무한히 커지는 것을 말한다. 무한급수는 n의 급수(Series)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초기값(a0)과 n의 급수(a1, a2, a3, .., an)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렴과 발산의 경우도 초기값 a0와 n의 급수 an과 연관이 있다.


수렴은 n이 무한히 커지더라도 초기값을 베이스로 해서 더해지는 형태이다. 즉 급수(Series)가 아무리 무한히 더해진다고 해도 초기값 a0을 기초로 더해진다. 하지만 발산은 초기값이 0, 100, 심지어  1000000000이라도 급수가 더해지면 초기값 a0와 관계없이 급수(Series)는 발산하게 된다.


사람도 수렴적 인간과 발산적 인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무한급수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수렴적 인간은 그 사람에게 주어진 초기 조건인 부모, 재능, 외모 등을 베이스로 자신의 급수(Series)를 더해간다. 급수(Series)는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 선택하는 패턴, 가치관 등이 자기 반복적으로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그게 무한히 이어지면 자신만의 프랙탈(Fractal) 구조가 만들어진다.


수렴적 인간은 수렴하는 값이 어떠하던지 초기값을 기점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발산적 인간은 초기값이 처음엔 그 사람을 좌우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그 값과는 다르게 안드메다행인 무한으로 도달한다. 사람은 본인에게 주어진 외부 환경이라는 초기값과 자기결정으로 이루어진 무한히 이어지는 자기 반복적 삶인 급수(Series)의 영향을 받는다. 


회사는 수렴적 인간이 80~90% 이상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의사결정구조의 정점인  CEO로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 지시, 목표가 자기 반복적인 형태로 실행된다. 회장의 말은 지시사항이 되고, 거기에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이렇게 급수(Series)가 더해져 실행되고 성과라는 값으로 수렴된다. 하지만 조직이 100% 수렴적 인간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조직은 초기값 a0로부터 얼마간의 값만 더해질 뿐이다.


발산적 인간은 10~20%가 필요하다. 수렴해가는 자기 반복적인 급수에 저항하여 조직을 흔들어야 한다. 발산하는 인간의 공통점은 생각이 확장되고 이어진다는데 있다. 회장의 지시가 급수를 더해 실행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얘기하고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인사조직의 중요한 역할은 20%의 발산적 인간을  컨트롤하는 데 있다. 핵분열에서 중성자의 연쇄반응을 제어하는 감속재(Moderator)가 있음으로 해서 핵폭탄이 원자력발전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발산적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투성이가 아니다. 그들은 시스티나의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리고, 로켓을 회수하고, 무인으로 가는 자동차를 만들어낸다. 발산적 인간이 히틀러가 될 수 있고, 윈스턴 처칠이 될 수 도 있다. 조폭과 형사는 정말 한 끝 차이다. 당신이 수렴적 인간이라면, 또 당신이 발산적 인간이라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초기값에 압도되어 불평할 수 도 있고, 무한히 반복되는 급수로 초기값이랑 상관없는 삶을 살 도 있다.


무한급수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수렴적 인간인가? 아니면 발산적 인간인가? 당신이 대답할 차례이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초기값 a0와 급수 an이 주어진다. 당신이 a0+a1+a2+a3+...+an으로 이루어진 무한급수라면 당신의 삶은 어떻다고 말할 수 있나. 당신의 삶은 무한급수처럼 무한히 이어가지 않을 것이다. a80에서 끝날 수도 있고 a100에서 끝날 수 도 있다. 무한급수, 당신에게 묻는다. 수렴할 것인가? 발산할 것인가? 아니면, 수렴하지도 발산하지도 않을 것인가? 그 답은 당신이 살아가면서 찾아야 할 무한의 숙제이다.


P.S 이 글은 2016년 2월 8일 20:00시 해운대 매드포갈릭에서 처제와 그 남자친구 커플과 저와 아내 커플이  더블데이트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글입니다. 글의 소재를 떠올리게 한 나를 제외한 세 분에게 무한감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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