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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n 18. 2021

카르만 라인 : 지구와 우주의 경계는 어디인가?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유체역학을 배운 사람들은 책에서 한번쯤은 본 적이 있는 그림이 있다. 흐르는 유체 가운데 공이나 바위 같은 게 있고, 공이나 바위 뒤편으로 소용돌이치는 그림이다. 그림 밑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Karman Vortex”라고 말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무회전 축구공와 같은 설명과 더불어 카르만 와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카르만 이란 과학자는 카르만 와류 이외에 카르만 라인이라는 개념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소위 카르만 라인이라고 한다. 대략 지구에서부터 100km 상공을 의미하고, 정확하게는 80km라는 논쟁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상으로부터 100km 이상 떠났을 때를 우주인이라는 명칭을 준다고 한다.

  

 카르만 라인은 유체가 속도를 내어 날아갈 때, 날개나 기체 형상에 의해서 양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한계선을 의미한다. 즉 지구의 중력이 대기를 더 이상 붙들지 못하고, 대기가 흐름으로 만들어진 양력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경계와 단지 관성만으로도 우주 비행이 가능한 경계가 즉 카르만 라인이라고 한다. 히든 피겨스, 퍼스트 맨과 같은 우주인을 다루는 영화를 보면, 로켓이 발사하고 나서 엄청난 중력을 받아서 기체가 흔들리다가, 갑자기 고요하게 무중력을 느끼는 상태가 나오는데 그때가 바로 우주선이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는 순간인 셈이다.


 세상에는 명확한 경계가 눈에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남북한을 나누는 휴전선은 철책으로 이어져 있다. 2000년 1월 1일은 모든 인류가 약속을 해서 초를 재면서 21세기를 축하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2001년 1월 1일이 진정한 21세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기원전 1년에서, 바로 기원후 1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을 살다 보면,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명확한 경우가 있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일은 맺고 끝는게 정확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마가 망하는 순간부터 정확하게 중세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만든 순간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건 그 변화의 흐름 가운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때 우리는 그 경계를 지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될 뿐이다. 최근에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외 유수한 회사들과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이 성사되는 과정은 분명히 알고, 느끼겠지만 정확하게 어떤 시점부터 계약이 성사되고, 개선 효과가 증명되는지 딱 알아채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일을 두고 “카르만 라인”을 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정확히 100km라는 선을 쭉 그어서 나타낼 수 없듯이, 지상 80km에서 100km 어딘가를 돌파해 나가면, 분명히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내 몸이 공중에 부유하고, 내가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지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내 인생의 카르만 라인을 지날 때는 이해하지 않고 느끼기로 했다. 그걸 계산하기보다는 그걸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려고 한다. 그래야 양력의 영향력을 벗어나, 작은 관성만으로도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


 이제 한 공급사와의 2년간의 협력의 결실이 눈 앞에 보인다. 하지만 그게 언제 될지. 어떻게 성사될지는 알 수 없다. 이제 거의 다 온 거 같은 느낌만 있다. 카르만 라인을 넘어설 때, 분명히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구의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서 두 회사가 벌여왔던 많은 노력들을 상기해본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공은 던져졌고, 로켓은 쏘아 올려졌다. 테넷에서 인버전을 주인공에게 설명하는 말이 나온다.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이제 우리는 카르만 라인을 느껴야 할 순간이 곧 온다. Coming Soon!!!


P.S 길었지만 2년 동안 열심히 카르만 라인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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