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Aug 03. 2021

연료첨가제, 엔진의 찌든 때를 벗길 수 있을까?

난 언제쯤 내 마음의 묵은 때를 벗길 수 있을까?

 최근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3M사의 연료첨가제를 구입했다. 주말 집 근처에서 주유하기 전, 연료주입구로 연료첨가제 1병을 오픈해서 주유구에 넣고, 디젤유를 가득 채웠다. 최근에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불스원, 3M, 메이저 정유사에서 나온 연료첨가제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기름을 넣는 동안 과연 연료첨가제가 엔진의 찌든 때를 제대로 벗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엔진 내부에 내시경을 넣어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유튜브에서는 박병일 명장이 테스트한 동영상도 있고, 제조사에서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도 있다. 나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터라 엔진의 찌든 때를 완전히 벗기진 못해도, 약간의 성능 향상과 배출가스 매연저감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했다.


 난 언제쯤 내 마음의 묵은 때를 벗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까지 이르렀다. 엔진의 묵은 때는 엔진 내에서 연료와 공기의 미연소로 발생하는 카본덩이리가 점점 쌓여서 Scum(스컴) 형태도 존재한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내 마음을 엔진이라고 가정하면, 밖으로 오는 외부 자극(연료)과 내 생각(공기)이 뒤섞여 찌꺼기 없이 완전연소가 되어야 하는데, 외부 자극에 비해서 내 생각이 덜 반응해서 미연소가 발생하면 내 마음에 지속적으로 카본 덩어리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속에 쌓여버린 내 마음에 엔진 때는 일상생활에서 덜컥 덜컥 되면서 엔진 부조화 현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미연소된 감정들이 머플러를 통해서 유해한 배기가스(미움, 화, 분노, 짜증)를 배출하고야 만다. 점점 내 마음(엔진)은 시끄러워지고, 진동이 거세게 올라온다. 급기야는 매년 2년마다 찾아오는 자동차 정기검사에 불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도 있다. 이제는 나도 내 마음에 연료첨가제를 한 병 넣어야겠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연료첨가제를 넣고, 내 마음의 묵은 때가 하나씩 하나씩 연소되어 사라지길 기원해본다.


 그리고 언젠가, 카센터에 가서 내 마음의 엔진룸을 들어내고, 엔진의 찌든 때를 모조리 씻겨내야 한다. 난 언제쯤 내 마음의 묵은 때를 벗길 수 있을까? 아주 요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외부 자극과 내 생각이 완전히 연소되도록 내 생각(공기)이 과잉상태가 되어서 미연소되지 않게 해야겠다. 내가 더 생각하고, 내가 더 마음을 내려놓는다면, 미연소된 카본 찌꺼기가 덜 생길 것이다. 또한 주기적으로 연료첨가제(휴식, 휴가)를 넣어서, 내 마음의 묵은 때를 조금씩 벗겨볼까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내 마음의 엔진룸을 덜어내고, 고압호수로 내 마음의 묵을 때를 완전히 씻겨야겠다.


 연료첨가제 한 병을 사놓고, 주유소 앞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해 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마음의 엔진 때는 남이 내 마음속에 심겨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든 내 감정의 찌꺼기라는 걸 알았다. 결국 난 내가 만들어놓은 마음의 묵은 때를 내가 닦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난 연료첨가제 한병(휴가)을 넣고 마음의 찌든 때를 벗겨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