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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10. 2021

교육과 도전 사이

알펜시아 MTB파크에서

 2021년 여름휴가는 짧게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에 다녀왔다. 오늘은 기록을 위해서 짧게나마 글을 남긴다. 아들 녀석과 오래전부터 알펜시아 MTB파크에 다녀오기로 약속했던 차에 알펜시아 홀리데이 인 호텔도 2주 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토요일 오후에 도착해서 바로 MTB 파크 샆에서 일요일 오전에 아들과 딸 2명 레슨을 신청했다. 나와 아들 녀석은 신나서 MTB 파크 리프트를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샆직원은 말리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레슨을 받고 가시라는 강력한(?) 권유로 MTB 파크는 다음 날에 기약키로 했다. 그 대신에 MTB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열심히 턴을 연습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푹 쉬었다.


 다음날 아침, 아들과 딸은 MTB 샾에서 전문강사에서 제대로 레슨을 받았다. 플라스틱 콘을 세워두고, 그 사이를 통과하는 연습을 1시간 정도 했다. 그리고 안장에 앉지 않고 몸을 업다운을 하며 핸들바를 눌러서 앞으로 나아가는 연습을 했다. 나도 옆에서 귀동냥으로 들으면서 턴을 연습하는 이유를 열심히 들었다. 역시.. 전문강사의 레슨을 받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침까지 괜찮았던 날씨는 오후 1시가 되자 빗방울이 거세어졌다. 아들 녀석은 침울하게 야속한 빗방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1시 40분쯤 날이 개기 시작했다. 원래 아들 녀석과 둘이서 MTB파크를 누비고 다닐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나도 제대로 귀동냥 교육받은 걸 열심히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서 열심히 교육을 받지 않고, 리프트 타고 위로 올라가 봐야 재미는 있겠지만 제대로 된 연습을 하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 혼자서 MTB 파크 리프트권을 끊고, 주변 형 동생들과 함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그 대신 나는 아래에서 열심히 4시간 정도 슬라럼 연습을 했다. 왜 슬라럼 연습을 하는지 몸이 느끼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는 스키와 운동 성향이 비슷했다. 턴을 하기 위해서는 자세를 낮추서 다운을 하고, 직선구간에서는 업을 한다.


 난 교육과 도전 사이에서 “교육”을 선택했다. 물론 리프트 타고 올라가서 초급 코스에 가면 그럭저럭 즐기면서 탈 수 도 있었다. 또한 욕심을 좀만 보태면, 느리지만 중급 코스도 도전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에서 제대로 내 몸과 자전거를 발란스를 잡아가며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깨우침 없이 경험으로만 자전거를 탄게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배우지 않고, 도전하여 경험하며 깨닫게 되는 일도 있지만, 처음에 제대로 배워서 도전하여 경험하면 좀 더 안전하지만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몸으로 배웠다.


 2박 3일간 머리를 식히며, 몸으로 훈련을 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휴가가 아닐 수 없다. 난 왜 이토록 어리석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고, 난 아직도 배워야 하고, 훈련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이 서서히 동해안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월요일 오전, 포항으로 내려오는 길에 생각해보았다. 아래에서의 교육과 위에서의 도전 사이에서 난 아직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초6 아들 녀석은 나보다 훨씬 용감하고, 빨리 배우고, 체력도 엄청나서 과감한 도전을 했다. 처음 가본 코스인데도 초, 중, 상급 모두 돌았다고 한다. 평소 동네 산을 휘젓고 다닌 와일드한 경험이 한나절 레슨으로 다시 살아나서 정글북(초급), 쥬만지(중급), 아마존 코스(상급)를 다녔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아들 녀석과 함께 정글북, 쥬만지, 아마존에서 다운힐을 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그전에 나에게 필요한 건 “도전”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임을 다시금 상기하며, 주말에 동네 공터에서 슬라럼 연습을 충분히 해야겠다. 아직 나에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산을 누비고 다닐 “용기”가 부족한 게 아니라 평지에서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역량”을 키워야 할 시기임을 늦었지만 알게 되었다. 이번 주부터 열심히 MTB를 타고 훈련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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