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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17. 2021

과연 나는 그들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신입사원 면접 후기, 피로와 미안함

신입사원 면접을 다녀왔다. 매번 면접관으로 참석할 때마다 긴장을 하게 된다. 물론 면접자보다는 긴장의 정도와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면접을 다녀온 날은 정말 뻗어버린다. 오전 4시간에 면접자의 답변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답변에 추가 질문을 통해 등급을 선택해야 한다. 혹시나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를 놓칠 수도 있고, 부적격한 지원자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 도 있다. 통상적인 경험으로 볼 때는 우수한 인재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도 합격을 하기 때문에 100% 최종 입사로 연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부적격한 지원자가 여러 가지 필터링을 무사히(?) 통과하여 입사할 경우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야기한다. 솔직한 내 의견으로는 현재 채용시장이나 채용방법은 우수한 인재를 걸러내는 기능보다는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기능에 더 부합한다.


면접에 다녀와서 내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질문은 “과연 나는 그들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였다. 운 좋게 그들보다 먼저 태어난 이유만으로 다행히 회사에 입사했다. 그들보다는 회사에서 경험한 시간과 기회가 많았으며, 우연히도 면접관이 되어서 그들을 평가하는 자리에 앉았을 뿐이다. 나에게는 불충분한 자격 대신에 충분한 우연만 있었다. 그래도 내가 획득한 충분한 우연과 회사 내에서 중간관리자로서 일하면서 느낀 신입사원에 대한 요구사항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면접관으로서의 기능”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난 불충분한 자격에 연연하기보다는 충분한 기능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나는 18  직장인이자 엔지니어로서 가장 중요한 태도 중에 하나를 “?” 둔다. “?”라는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 책도 보고, 고민을 하면서 사고영역이 확장되고 깊어지기 때문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했다면 S-S(Stress - Strain) 선도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 전공면접에서도 어김없이  질문이 나왔다. 시편을 일정한 힘으로 인장(잡아 당기면)하면 리니어한 탄성변형이 일어난다. 그러다가 탄성 한계를 벗어나 항복(Yield)점을 지나 소성변형이 일어나다가 재료가 인장에 견딜  있는 최대응 지점은 극한점에 이른다. 그런 후에 결국 시편은 인장강도에 견디지 못하고 파단하게 된다. 모든 지원자들이 정말 정확하게 드라마 대본을 리딩 하듯이 답변을 했다. 나도 속으로 “과연 나도 저렇게 답변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시편을 인장하여 실험하는 Stress - Strain 선도가 중요한 것일까? 왜 시편을 압축하여 실험하는 Stress - Strain 선도는 들어보지 못했을까? 그래서 난 일부 면접지원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S-S 선도는 시편을 인장하여 실험을 할까요? 인장과 반대로 압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도 그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공학도라면 한 번쯤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지식과 공식을 머릿속에 넣는 훈련과 교육은 넘치도록 받아왔다. 하지만 지식과 공식을 머릿속에서 다시 꺼내어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의심을 하지 않고 내 것인 양 알아왔다.


 내가 내린 그 질문의 답변은 바로 “중력”이었다. 중력이 미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 질량을 가진 모든 형태와 물체는 중력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러면 중력에 의한 무게 하중은 물체에 잡아당기는 인장으로 나타난다. 현수교의 예를 들어보면, 다리가 되는 상판은 지구로부터 중력때문에 엄청난 무게하중을 받는다. 그 무게하중을 견디기 위해서 주탑을 세워놓고, 그 상판을 들어올려야 하는데, 밑으로 가해지는 중력을 버티기 위해서는 위로 그 힘을 버티기 위해 케이블로 들어올려야 한다. 그 때 그 케이블이 받게 되는 힘이 바로 “중력에 의한 무게하중”이고 그 무게하중은 케이블에 인장강도로 나타난다.


난 그렇게 생각했고, 결국 S-S 선도에서 시편에 인장강도를 가하는 이유는 바로 “중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난 일할 때나, 생각을 할 때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고, 혼자 공상에 빠진다. 수족관에 물고기를 보면서 “왜? 물고기 눈은 튀어나와 있고, 눈알은 360도 회전이 가능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얻게 된 내 나름의 답변은 “물고기의 행동반경”이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상하좌우를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수평으로 이동하다가, 수직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서 그 행동반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각(화각)이 360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행동반경이 수평이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없기 때문에, 눈동자는 좌우의 폭이 넓은 반면, 상하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면접을 다녀와서 “과연 나는 그들의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난 매우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하지만 또한 나는 아직도 나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인생을 구도하며 살고 있다. 신입사원 면접에 다녀와서, 말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인한 피로와 명백히 말할 수 있는 미안함 사이에서 그날 밤 잠을 뒤척였다. 나는 그들보다 먼저 태어난 우연에 감사하며, 내 삶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자아성찰과 호기심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나는 불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충분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 오늘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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