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태풍을 맞이하다.
바람이 분다. 태풍이 저 멀리 남태평양에서 올라온다. 비와 바람을 가득 실은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지구의 불균형한 에너지 상태에 균형을 맞춘다. 태풍이 없다면, 지구의 열적 불균형은 더 심해졌으리라.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는 건, 더 많은 에너지 불균형을 초래하고 더 많은 에너지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인생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내 삶에 균형이 문제가 생기면,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발생한다. 그렇게 생긴 태풍은 비와 바람을 가득 싣고, 우리의 마음을 휘젓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눈)와 바람(분노, 절망, 실망, 좌절)을 뿌리고 나면 내 마음에는 산사태가 나기도 하고, 침수가 되어 한동안 이재민의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에너지의 불균형은 언젠가 해소되어야 할 중대한 문제이다. 태풍은 순간적으로 역기능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순기능을 한다.
바람이 분다. 가을을 재촉하는 태풍이 서서히 북상한다. 이제 곧 비를 가득 한반도에 쏟아내고, 거센 비바람으로 한반도에 생채기를 낼 것이다. 요즘 내 마음도 이러하다. 내 마음에 생긴 거대한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거대한 태풍이 내 마음을 휩쓸고 있다. 속상한 일, 화나는 일, 실망하는 일,, 무엇보다도 나에 대한 실망이 가장 크다. 그렇지만, 이 태풍은 결국 나를 살리기 위한 거대한 균형자이다. 태풍은 절대로 조용히,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그 태풍으로 인해 내 마음은 정리된다. 가을을 재촉하는 태풍을 맞이한다. 그리고 태풍이 끝난 자리에 내 마음을 추스르고, 수확의 기쁨을 찾아야 한다. 오늘 밤, 비바람이 몹시 불어오리라. 그리고 내 마음의 불균형을 날려버릴 거대한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가을을 맞이하리라. 나에게 태풍은 거대한 도전이자 내 삶에 균형을 잡아주는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