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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Nov 11. 2021

복수는 나의 것

우리는 반드시 다시 돌아갑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윤식입니다.

매번 여러 분(You 복수형 또는 Many People, Steam People)을 만날 때면, 감출 수 없는 글쓰기 주제가 마구마구 생각납니다. 소래포구 세자매 식당에서 창문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꽃게를 먹다가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복수"라는 말이었습니다. 2002년 3월 박찬욱 감독, 송강호/신하균 주연의 "복수는 나의 것" 영화를 오마쥬 하여 이 글을 써 내려갑니다.

 

제목 : 복수는 나의 것 (우리는 반드시 다시 돌아갑니다.)

 

인류의 문명이 이룩한 최고의 걸작 중에 하나는 에너지의 재발견이다. 인류는 과거로의 유산인 화석연료를 통해서 물을 증기로 만들고,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들었다. 그 어마한 전기를 통해서는 우리는 불을 밝히고, 세탁기를 돌린다. 또한 인류는 우라늄에 중성자를 쏘아 연쇄반응을 일으켜서 핵분열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통해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들고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간을 쪼아 가는 형벌을 감수하며 인류에게 건네준 불은 물을 증기로 만들어서 전기를 만들어서, 제우스를 비롯한 많은 신들에게 프로메테우스의 “복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을 증기로 만들고, 증기는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드는 사이클을 열역학에서는 랭킨 사이클이라고 한다. T-S선도 (온도-엔트로피, TS샴푸가 아니다.)에서 펌프 - 보일러 - 터빈 - 복수기를 통해서 2번의 단열 변화와 2번의 등압 변화를 하는 사이클에서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다시 기체에서 액체로 변화하는 상변화를 2번 거치게 된다. 랭킨 사이클에서 가장 화려한 일은 물을 연소 또는 핵분열 에너지를 통해서 증기로 만드는 보일러와 엄청난 에너지인 잠열을 보유한 증기가 다단 블레이드를 가진 고압을 견딜 수 있는 거대한 기계 덩어리인 터빈을 돌리는 과정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인간은 어찌나 똑똑한 지,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불을 통해서 물을 끓였다. 그런데, 대기 중에 물을 끓이면 바로 대기로 증발해버려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날아가는 증기를 일정한 공간에 가두어서 고압을 형성시켰고, 엄청난 고압의 증기를 이용해서 터빈을 돌렸다. 돌아간 터빈은 전자기적 메커니즘에 의해서 전기를 만들어낸다. 정말 기가 막힌 거대한 인류의 공학적 업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간과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이러한 화려한 쇼 뒤에는 "복수"라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사이클(순환)이 완성된다.

 

발전효율은 물을 얼마나 끓어서 잠열을 최대한 획득하여, 터빈을 돌리는 힘에 좌우받는다. 하지만, 복수기에서 일을 다 마친 증기를 차가운 해수(Sea Water)와 만나서 증기가 물로 변화하는 과정인 복수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복수는 다시 복, 되돌아가는 복을 의미한다. 즉 복수는 다시 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일을 다 마친 증기가 다시 차가운 물로 되돌아가는 복수의 과정이 없다면, 랭킨 사이클로 순환하지 않는다. 그러면 발전효율은 Closed System인 사이클 Cycle이 되지 못하고 Open System이 되어버려서 형편없이 수준으로 효율이 떨어진다.

 

그러니 화려한 삶 뒤에는 반드시 물의 본래 모습은 물로 다시 돌아가는 복수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다에서 증발된 거대한 증기는 태풍이 되어, 구름이 되어 창공으로 올라와 다시 차가운 대기와 만나서 복수의 과정을 거쳐서 소래포구 세 자매 식당 창에 후드득 떨어진다. 우리는 어떤 과업을 이루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며 그 과업이 물에서 증기가 되는 1차 상변화를 얻기 원한다. 1차 상변화로 얻어진 거대한 에너지는 터빈을 돌려서 이 세상을 밝혀줄 빛이 되기도 하고, 포항에서 서울까지 2시간 정도에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KTX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 증기는 다시 차가운 해수와 만나서 복수(Condensing)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뜨거운 증기는 거대한 터빈을 거쳐서 대부분의 힘을 쏟아내고 지쳐 있다. 그 지쳐 있는 증기는 퇴근길 집으로 돌아와 차가운 해수(가족, 친구)를 만나서 차가워져야 한다.

그래야 차가워진 물은 다시 데워져서 탈기기를 거쳐서 공기를 다 빼어내고, 급수 펌프를 통해서 보일러로 들어가서 다시 뜨거워지는 과정을 거쳐서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너무 펌프, 과열기, 보일러, 터빈과 같은 화려한 삶에 쫓고 산다. 더 높이 오르고 싶고,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고, 더 많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복수는 나의 것"으로 살고 있는가? 그 뜨거운 에너지를 식혀줄 복수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가? 어릴 적 친구와의 간단한 안부전화, 동료와 사소한 험담, 배우자와의 저녁, 주말 산책을 즐기고 있는가? 또한 내 삶을 차갑게 할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미술을 보고 있는가? 과연 당신의 삶에서 "복수"는 무엇이고, 그 복수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가? 만약 그 복수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복수는 나의 것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금세 지치게 될 것이다.

 

랭킨 사이클은 복수가 있어서 사이클이 될 수 있었다. 더 뜨겁게 하되, 더 차갑게 하는 복수의 과정이 없다면 당신의 발전효율은 더 이상 향상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반드시 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복수는 나의 것이며,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돌아간다. 다시 돌아갈

곳은 더 높은 곳이 아니라, 원래 우리가 있었던 그 자리이다. 우리는 종종 이 쉬운 진실을 잊어버린다. 우리는 다시 원래 우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복수는 나의 것임을 잊지 말자.

 

감사합니다.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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