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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09. 2021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체험기

말로만 듣던 그 호텔, 힐튼인가요?

예전에 젊은 시절에 인생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인생은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충분히 변화시키고 주도하기 위해서 노는 시간, 잠자는 시간 아껴가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인생이 운이 7할이고 기술과 노력이 3할이라면 노력하는 것보다 운에 기대어 살아야 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오히려 과장된 말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운구기일이라고 해야 한다. 인생에서의 성공은 두말할 나위 없고, 삶과 죽음의 경계도 운에 기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만 하더라도, 내가 5분만 더 일찍 나서거나, 늦게 출발해서 내 삶과 죽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으로 말한다면, 지금 회사에서 들어온 거는 순전히 운빨이다. 또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하필 그 시기에 인재교육원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서, 내가 입사한 기수는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힐튼호텔에서 교육을 받았다. 총 4주간의 신입사원 교육기간 중에 2주를 힐튼호텔에서 단독 방을 쓰면서 교육을 받았으니, 정말로 복 받은 기수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P회사 신입사원 교육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어제는 정부출연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있어서 서울역 근처에 있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에 가봤다. 말로만 듣던 힐튼호텔이었다. 서울역 바로 앞에 옛날 대우건물(미생에 나왔던  건물, 지금은 서울스퀘어라고 한다.) 뒤에 힐튼 호텔이 남산 밑에 위치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대우그룹에서 힐튼호텔을 운영했으니, 서울역 근처는 대우그룹 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 않았을까 싶었다.

 

호텔 로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고, 로비에 있는 커피샾에서는 젊은 여성분들이 에프터눈 티파티를 하며 셀카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그리고 연말을 맞이해서 가족단위로 호텔에  투숙객의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번은 나도 가족과 함께 서울에 있는 특급호텔(힐튼, 그랜드 하얏트, 신라호텔 )에서 호캉스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그러려면, 열심히 일도 해야 하고,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기를 기대해야 한다.


행사를 마치고, 호텔 점심 만찬이 제공되었다. 먼저 요리를 설명하는 종이를 나눠주고, 엄청나게 무거운 포크, 나이프 세트를 받았다. 우리 식구 4명이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포크와 나이프를 받으니, 오늘은 제대로 서빙을 받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메인 코스인 소고기 안심스테이크, 새우구이 요리를 포함해서  5개의 요리가 나왔다. 역시나 코스는 다양하지만, 이런 요리는 먹고 나서 배고프다는 단점이 있다. 지배인이 스테이크  드실 분을 있는 물어보았다. 속으로는 하나  먹고 싶었지만, 다른 참석자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참았다.


2004년 1월에 처음으로 가봤던 경주 힐튼호텔이었는데, 2021년 12월에 다시 오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호텔 점심 만찬도 먹어보았다. 그리고 인생은 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운으로 회사 들어오고, 운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칠기삼 또는 운구기일이라는 말은 노력은 별 볼 일 없고 운에 기대어 살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운명, 자연의 변화, 운이 중용해서, 겸손하게 살아라는 뜻일 테다.


화려한 힐튼호텔을 바라보며, 열심히 노력해서 살되 그 결과가 항상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운명이나 운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진실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언제고 다시 가족들과 함께 한 번쯤은 특급호텔에서 호사로운 호캉스를 누리고 싶다. 가족들과 맛있는 호텔 조식을 먹으며 여유로운 아침도 함께 맞이하고 싶다. 내 인생도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하지만 열심히 세상을 살아야겠다고 조용히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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