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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03. 2021

민물 보수주의자, 짠물 보수주의자

보수주의는 무엇으로 사는가?

경제학에서 시장의 자율성과 정부의 경제 관여는 오래되고 중요한 논란거리 중에 하나이다. 미국 중서부 오대호의 시카고 대학 밀턴 프리더만은 시장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중요시 생각했고, 영국 캠브리즈 대학의 케인즈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중심으로 재정정책을 중요시했다.


밀턴 프리더만을 주로 지지하는 시카도 대학은 오대호 지역인 민물(Freshwater)에 위치해 있다.  이에 반해 케인즈를 주로 지지하는 예일, MIT, 하버드는 주로 미국 동부지역인 짠물(Seawater)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민물 경제학자와 정부의 시장개입을 중요시하는 짠물 경제학자로 구분한다.


대한민국에도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보면 대체적으로 민물 보수주의자와 짠물 보수주의자로 나눌 수 있다. 민물 보수주의자는 주로 내륙지역에서 농업을 중심으로 한 토지 기반(자산, 저량)을 가진 지주가 중심인 사람인 반면, 짠물 보수주의자는 주로 바닷가에서 어업과 상업을 중심으로 한 돈(영업이익, 유량)을 가진 상인이 중심인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민물 보수주의자는 좀 더 원칙주의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반면, 짠물 보수주의자는 좀 더 유연하고, 급격한 변화 대신에 점진적 변화는 수용하는 편이다. 굳이 말하지만, 민물 보수주의자는 이황의 주리론자라면, 짠물 보수주의자는 이이의 주기론자라고 분류할 수 있다.


회사에도 같은 경상도라도 대구 출신과 부산 출신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대구는 민물 보수주의자가 많고, 부산은 짠물 보수주의가 많은 편이다. 민물 보수주의자는 짠물 보수주의자보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고, 책임감이 강하여 현재를 굳건히 하는 관리형 리더로 손색이 없고, 짠물 보수주의자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다소 낮지만, 개선 의지가 강하여 변화가 필요한 변화관리형 리더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민물, 짠물 보수주의자 모두 두 발을 물에 두고 있다. 즉, 자신의 본 근거지를 중요시 생각한다. 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모두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내 밥그릇이 모두 물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의 대선은 민물, 짠물 보수주의자의 선택으로 결정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가짜 보수주의자가 많다. 미국의 보수주의자인 공화당원은 군 경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가의 부름이 개인의 자유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가의 부름이나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고, 남에게 강요하는 가짜 보수주의자들이 즐비하다. 우린 그걸 “로열티”라고 부른다. 보수주의자는 기본적으로 위기상황에서서 개인보다 집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다. 그걸 우린 충성심 또는 로열티라고 부른다. 민물이던, 짠물이던 로열티가 없다면 보수주의자라고 불릴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보수주의자들이 생각처럼 “깝깝”한 건 아니다. 진보주의자들은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무능한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스스로 짠물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평상시에 집단이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반대하지만, 위기시에는 나 스스로 희생할 각오 정도는 하고 있다. 충성은 한되, 희생을 강요받지는 않아야 한다. 그리고 나 또한 후배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가짜 보수주의자가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경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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