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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14. 2021

시스템과 인간

엉뚱한 인간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 회사는 시스템이 거대하고 잘 조직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인력 Pool이나 인적 성장경로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사실 두 가지 얘기는 조직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무엇이던 시스템을 중요시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의 원래 목적은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깐 튀어나온 것들을 최대한 통제하는 데 있습니다.

 

그 시스템 안에서 통제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시스템에서 구멍이 생기면,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더욱더 거대하고 촘촘한 시스템을 더 구축합니다. 단 한 마리의 멸치도 놓치지 않고, 구멍을 촘촘히 메쉬 단위로 어망을 만들어서 시스템에서 걸러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는 각종 시스템이 즐비하고, 위에 올라간 사람은 시스템이 일하길 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이상한 놈이 생겨서 그 시스템의 허점을 파악해서 그 가운데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도 합니다.

 

시스템은 인간의 실수를 막는 시스템입니다. 그 시스템은 인간을 육성하거나, 도전적인 일을 하게 만들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 가운데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건 시스템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스템은 거시적인 관점이라면, 엉뚱한 인간은 미시적인 관점입니다. 그래서 거대한 시스템 가운데서도, 그 엉뚱한 인간들이 숨 쉬고 살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 엉뚱한 인간은 회사 돈을 자기 맘대로 쓰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엉뚱한 인간은 시스템이 할 수 없는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킵니다. 시스템도 넘나들고, 조직도 넘나들면서 일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사실 그 엉뚱한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없습니다. 겉으로는 창의혁신을 말하지만, 사실은 시스템에서

일하길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엉뚱한 인간들은 사람들을 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저 사람을 두고 만나면, 일이 처리가 되고, 나도 성장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도 회사 시스템에서 일하되, 시스템 안에서 갇혀 있지 않으려고 합니다. 회사에는 시스템을 넘나드는 일이 발생하는데,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더하기, 곱하기 법칙만으로 문제를 풀라고 하면, 정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나누기 법칙을 주고, 분수를 주지 않으면 그 시스템 내에서는 그 문제는 절대 풀지 못하는 문제가 됩니다.

 

회사에서는 그런 함정이 너무 많습니다. 시스템을 맹신하고, 시스템 안에서만 일하려고 하니, 문제 해결이 더디 되는 겁입니다. 시스템은 문제를 발생하지 않게 하는 데에는 특효약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즉 나누기 법칙을

허용하게 되면, 결국은 정수만으로는 안되고 분수까지 영역을 확대해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워낙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실수는 적게 하지만, 새로운 창의혁신의 영역은 점점 어렵게 됩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 회사는 결국 현재 프레임에 갇혀서 고만고만한 회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제 글을 맺겠습니다. A차장님은, 시스템을 인정하되, 그 시스템을 넘나드는 엉뚱한 인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시스템을 넘나는데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저도 시스템을 엄청 넘나들면서 좌절, 분노, 희열도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B그룹에서 일하시면, B그룹을 뛰어넘는 인재가 되어 있을 겁니다. 시스템은 실수를 적게 만들게 하지만, 시스템은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A차장님도 그 엉뚱한 인간들의 무리에 들어오셔서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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