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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Dec 17. 2021

온수의 비밀, 냉정과 열정 사이에

선배님의 정년퇴직 축사 3편

안녕하십니까? 정윤식입니다.

제가 리더로 보임하고 나서 벌써 3번째 맞이하는 선배님의 정년퇴직 축사입니다. 매번 정년퇴직 축사를 생각하고 쓸 때마다 고민이 가득합니다. 고민의 결과를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서 축사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제목 : 온수의 비밀, 냉정과 열정 사이에

 

우리는 사람을 만나다 보면, 매사에 냉철한 냉정파, 열정으로 넘치는 열정파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이신 A선배님처럼 평소에 업무나 사람 관계에서도 무난한 중도파 내지는 미지근한 온수 같은 분도 만납니다. 사람들은 "그분 참 좋아, 참으로 양반이지."이라는 말을 하는데, A선배님도 꼭 그런 분입니다. 평소에는 늘 온화하게 사람을 대하시고, 업무에 있어서도 늘 한결같은 일관성을 보여주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무난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온수의 비밀”이 있습니다. 저는 A선배님의 축사를 통해서 그 온수의 비밀을 말해볼까 합니다. 온수를 만들 때에는 그 물 자체가 온수인 경우가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뜨거운 물과 찬물을 적절히 섞어서 온수를 만들게 됩니다. A선배님은 바로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서 나온 온수와 같은 분입니다.

 

첫째, A선배님은 업무에 있어서는 늘 차가운 냉수 같은 분입니다. 발전에 입사하셔서, 열기술과로 오셔서도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은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고민하셨습니다. 남에게 절대 폐를 끼치는 걸 죽는 것보다 싫어하시고, 일에 관해서라면 뒤쳐지는 걸 싫어하셨습니다. 남들 앞에 스스로 나서는 법은 없지만, 회사에서 주어진 임무에 대해서는 절대로 회피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시는 분입니다. 냉철하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업무에 대한 태도는 선후배님들의 커다란 귀감이 되었습니다.

 

둘째, A선배님은 사람에 있어서는 뜨거운 용암 같은 분입니다. 천상 경상남도 창녕 촌사람으로 드러내 놓고 티를 내진 않지만, 여기에 계신 모든 분들이 A선배님의 뜨거운 마음을 한 번씩 느꼈을 겁니다. 직원들의 희로애락에는 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주시고, 격려와 위로를 해주신 마음 뜨거운 분입니다. 또한 끔찍이도 사랑하는 사모님과 자녀분들을 위해서는 경상남도 남자가 아닌, 이탈리아 남자 두 빰에 싸다구를 날릴 정도의 로맨티시스트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걱정과 위로의 말을 저는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사실 걱정입니다.

 

이렇게 업무에 대한 냉정과 사람에 대한 열정이 지금의 A선배님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A선배님이 술에 물 탄 듯 무난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이 A선배님을 오랫동안 두고 만난 우린 그 온수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차디찬 냉정과 뜨거운 열정이 만나서 겉으로 보이는 A선배님을 보며, 우리는 미지근한 온수를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두 눈은 선배님의 냉정을 보았고, 우리의 심장은 선배님의 열정을 느꼈습니다.

 

이제 정년퇴직하시더라도, 우리에게 냉정과 열정을 보여주시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당분간 보게 될 테니, 자주 놀러 오셨으면 합니다. 인생은 긴 것 같지만 짧습니다. 거의 만 42년의 직장생활의 마지막을 여기서 마치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우리는 온수의 겉모습만 보며 판단하기보다는 온수의 비밀인 냉정과 열정을 모두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차갑지만 뜨겁게 만 42년 직장생활을 마친 A선배님의 정년퇴직을 축하드립니다.

 

그대의 냉정과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12.17일

뜨거운 열정으로 살고 있는 열정파 정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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