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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22. 2016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5+2i

5+2i편. 체제는 변환을 원한다. 

1편을 쓰고 스핀오프 2편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5+2i편까지 합하면 9편을 쓰는 셈입니다. 10편을 쓴다고 했는데 #10까지 써야 할지 아니면 10편까지 써야 할지 생각 중이다. 시간은 항상 등간격으로 흘러간다. 1초, 1분, 1시간, 1일, 한 달, 1년으로 등간격으로 흘러간다. 1분이라는 시간은 철수와 영희에게 모두 같이 흘러간다. 하지만 철수, 영희가 각각 느끼는 1분은 다르다. 화생방 훈련을 받고 있는 철수에게 1분은 매우 길게 느껴지고, 쪽지시험을 보고 있는 영희에게는 1분이 매우 짧게 느껴진다. 등간격으로 글을 쓰자면 앞으로 1편만 쓰면 10편을 채우지만, 내게는 10편이라는 등간격의 구분보다는 #10편이라는 구분이 더 와 닿는다. 100년을 살아도 인생에서 생각나는 순간이나 이벤트는 등간격으로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행복했던 수간, 가장 괴로웠던 순간들이 점점이 이어져 있을 것이다. 난 10편에 가까워진 9편을 쓰고 있지만 이제야 반환점을 돌아 #5+2i편을 쓴다. 그리고 5+2i편이라고 명명지은 이 제목이 5편의 끝이 아님을 #10을 완성하고 #5+3i, 5+4i편으로 글을 써야겠다. 시공간, 좌표라는 개념은 아직도 내게 현재 진행 중인 화두이고 의문이고 고민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해보자. 


5+2i편. 체제는 변환을 원한다. 

사람이 인식하는 공간(Space)은 부지부식 간에 좌표(Coordinates)라는 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당구장에서 쓰리쿠션을 하기 위해서는 당구공의 움직임을 2차원 평면에서 그려야 한다. 스마트폰 게임 중 하나인 앵그리버드를 할 때도 새가 날아가는 각도(theta)와 고무줄의 세기(r)을 조정해야 벽돌을 깰 수 있다. 포트리스를 할 때도 포탄이 날아가는 각도(theta)와 포탄의 세기(r)를 조정해야 상대방을 명중시킬 수 있다.


같은 공간인데 공간을 인식하는 좌표계를 어떤 좌표계를 선택하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포탄을 멀리 쏘기 위해서는 x,y 좌표계보다는 r, theta 좌표계가 훨씬 효용성이 높다. x,y 좌표계로 문제를 풀면, 복잡한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하지만, r, theta 좌표계로 풀면 금방 풀린다. 두 좌표계를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Jacobian 행렬이다. 광의적 의미의 Jacobian 행렬은 상미방과 편미방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행렬이지만, 협의적 의미의 Jacobian 행렬은 두 좌표계의 변환을 시켜주는 행렬이다.  


같은 공간인데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쉽게 풀릴 수도 있고, 어렵게 풀릴 수 도 있다. 사람도 조직 안에서 생활을 하게 마련이다. 나 또한 같은 회사에서 다양한 조직에서 지내보았다. 크게 제조업 회사는 공장현장, 본사스탭 조직으로 나눌 수 있다. 일명 라인조직, 스탭조직이다. 같은 회사인데도 다른 방식의 좌표가 적용되기 마련이다. 라인조직은 위로부터 아래까지 명령이나 목표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만약 올해 차량 1백만 생산, 불량 수준 6시그마 달성이라는 목표가 주어지면, 조직원 전체는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그 목표를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라인 조직은 마치 전제국가처럼 움직인다. 왕이 말한 왕명은 말 그대로 법이 되고, 그 법은 시행되어야 하고, 토를 다는 사람은 왕명을 거스리는 역적 내지는 불평분자가 된다. 


하지만 스탭조직은 조금 다르다. 회사에서 스탭조직은 공화정이라고 말하기까지는 어렵지만 적어도 입헌군주제 정도는 된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한 말이 절대불변의 왕명이 되지는 않는다. 주변에서 한 마디씩 거든다.  지난번에 했던 왕명과 지금 한 왕명이 일관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왕이 명한 왕명에 또 다른 의견을 더해 더 좋은 제안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처럼 스탭조직은 왕이라는 구심점은 있으나, 거기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역적이나 불평분자가 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충성스러운 신하 또는 진정 왕을 위하는 절개 있는 사람이 된다.


나 또한 두 조직을 모두 경험했다. 공장현장 -> 본사스탭 -> 공장현장 으로 다시 돌아왔다. 왕조국가에서 공화정으로 그리고 다시 왕조국가로 돌아왔다. 마치 프랑스 대혁명을 보는 듯하다. 두 조직 모두 장단점이 있다. 그 체제는 그 체제를 유지하기 가장 합리적 형태로 자기 반복되어 강화된다. 


공장현장에는 공장현장 공간인식 좌표를 가진 사람(A)과 본사스탭 공간인식 좌표를 가진 사람(B)이 공존할 수 있다. A에게는 공장현장이라는 공간이 불편하지 않다. 모든 문제나 상황이 쉽게 풀린다. 하지만 B에게는 무척 불편하다. 오늘 공장장이 말한 지시사항이  지난주에 말한 지시사항과 일관성이 없다. 또한 그 지시사항은 단기적으로는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끼칠 수 도 있다. 하지만 B는 입을 굳게 다무는 선택을 한다.


본사스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조직은 도대체 일사불란함이 없다. 회의를 얼마나 오래 하는지 결론도 나지 않은 회의를 맨날 한다. 거기에도 C라는 사람과 D라는 사람이 있는데 C에게는 모든 상황이 쉽다. 하지만  d에게는 불편하다. 오늘 팀장이 말한 지시사항에 대해 다른 팀원들이 토를 달아댄다. 지시한 내용을 실행하면 금방 성과가 나올 게 뻔한데 다들 말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D도 답답한 마음에 입을 굳게 다무는 선택을 한다. 


A, C는 그 공간에 필요한 좌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B, D는 그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좌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B, D에게는 필요한 건 그 공간을 변화(Change)시키는 발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변환(Transform : Jacobian 행렬)이 필요하다. x,y좌표계와 r,theta좌표계가 Jabobian 행렬로 서로 다리를 이어주듯이 말이다. 체제는 A, B, C, D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다. B, D는 Jacobian 행렬이라는 변환을 가지고 있고, A, C는 그 체제를 수호하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A, C도 그 체제가 바뀌면 B, D가 될 수 도 있다.


그 어떤 체제이던, 그 체제와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항상 다수보다 소수로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체제를 더욱더 발전시키고 진화시키는 사람들은 Jacobian 행렬을 가기고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체제는 변환을 원한다. B, D를 내몰지 말자. B, D를 불평분자라고 치부하지 말고, 그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해주자. Jacobian 행렬은 A, B, C, D라는 개인들에게도 필수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그 체제가 성숙, 성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체제가 변환을 원한다. 그 변환을 가진 자 즉, 두 좌표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Jacobian 행렬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당신의 조직과 체제는 그런 변환자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침묵하게 강요하고 있진 않은가? 그들에게 말할 수 있는 일말의 변환자가 있다면, 당신의 체제는 성장할 수 있다.


P.S 원래 생각한 글은 "체제는 문화를 이끈다"였습니다. 그 글을 포함해서 제가 구상하고 있었던 시공간, 상미방, 편미방에 대해서는 차후에 5+3i, 5+4i, 5+5i 편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5+2i편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편 #6편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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