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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17. 2016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5+i

5+i편. 오늘 밤에도 별이 좌표에 스치운다. 

오랜만에 글을 다시 씁니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학생이 방학숙제를 몰아서 하듯이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썼습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1주일에 한 편정도 글을 씁니다. 쓰다 보니 벌써 5편입니다. 10편 완주를 목표로 반환점을 돌아봅니다. 공대를 나온 탓에 문과생이 보기에 외계인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최대한 쉽게 쓰겠습니다. 벌써부터 다음 차례 글쓰기가 걱정됩니다. 나중에 왜 제가 걱정을 했는지 차차 알게 될 것입니다.


5+i편. 오늘 밤에도 별이 좌표에 스치운다. (부제 : 우리가 몰랐던 좌표이야기)


2000년 3월,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었다고 요란스러운 시절이었다. 사실 2001년이 뉴 밀레니엄이긴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AD, BC를 가른 예수님도 BC 3~5년 사이에 태어났다고 하니, 그 당시 나에게 2000년, 2001년을 구분하여 뉴 밀레니엄을 구분할 계제가 아니었다. 군 제대하고 3학년으로 복학한 2000년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아무리 예습, 복습을 하고 공부를 해도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친구 녀석이랑 늦은 밤 학교 언덕(폭풍의 언덕이라는 애칭)에서  이런저런 한탄을 쏟아냈다. 밤하늘에 달과 별이 내 머리 위에서 빙빙 돌면서 움직였다. 밤하늘을 가로질러 별똥별이 떨어졌다. 그날 밤, 난 낭만 있게 윤동주의 서시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구를 떠올리지 못하고,  머리 속에서 Cylinderical Coordinates와  Cartesian Coordinates에 대해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날 밤, 난 "오늘 밤에도 별이 좌표에 스치운다"라는 시구를 혼자서 만들었다.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보면서 x,y좌표계(데카르트 좌표)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데카르트 이후 도형을 다루는 기하학은 해석기하학이라는 옷을 새로 입었다. 인간에게 3차원 공간을 인식할 때 가장 직관적인 좌표계는 x,y,z 좌표계이다. 왜 x,y,z좌표계가 r,theta,z좌표계(Cylinderical 좌표)보다 더 직관적일까? 이 질문에 대해 나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얻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했다.


2012년 어느 날, 12년이 지나서야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 동료와 함께 회사 로비에 있는 대형 수족관(강남 모회사 로비에 있다)을 쳐다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왜 물고기 눈은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인간은 위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젖혀야 하지만, 물고기는 눈알만 굴려도 위를 볼 수 있다. 쓸데없는 잡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기계공학을 전공한 직장 동료와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갔다.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아파트 2층에서 엄마가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덕선아, 밥 먹으러 와라"라고 말이다. 아이는 아파트 1층 출입문을 통해 들어가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통해 집으로 들어간다. 덕선이가 따라간 동선은 1) 수평이동 : 놀이터 -> 1층 출입문 2) 수직이동 : 1층 -> 2층 이다. 덕선이에게는 날개가 없다. 날개가 있다면 수평이동에 이어 수직이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제약 때문에 절대로 2층으로 바로 날아갈 수 없다. 하지만 새는 어떨까? 어미 참새가 아기 참새를 부른다. "짹짹, 2층으로 와서 지렁이 먹어라"라고 어미 참새가 부른다. 그러면 아기 참새는 어미 참새까지의 직선거리 r(최단거리)와 theta(각도)를 이용해서 어미 참새에게 날아간다. 


물고기가 눈이 튀어나오고 360도로 눈알을 굴릴 수 있는 건... 물고기는 수직, 수평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는 한, 새가 하늘을 날고 있는 한, 물고기와 새는 수평, 수직이동에 자유롭다. 그래서 그들은 r, theta, z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아이언맨이 되지 않는 이상.. 수평으로 이동하고 수직으로 이동해야 한다. 물고기가 눈이 튀어나오고 눈알을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어쩌면 자유도(degree of freedom)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2000년 늦은 밤, 2012년 늦은 오후, 두 시간대에 난 다른 이와 좌표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고자 했다. 그제야 대학시절에 배웠던 좌표계 변환 행렬인 Jacobian Matrix에 대해서 일말의 비밀을 얻을 수 있었다. 공간(Space)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Cartesian, Cylinderical, Spherical Coordinates로 나눌 수 있으며, 그 좌표계를 이리저리 바꾸기 위해 Jacobian 행렬이 필요하다. 좌표계에서 상미방, 편미방이 왜 행렬로 표현될 수 있는가를 2000년 늦은 밤에 알게 되었다.


2000년 늦은 밤,

별들은 Cylinderial 좌표계에 따라 내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움직였고, 별똥별은 Cartesian 좌표계에 따라 내 눈 앞에서 직선으로 떨어졌다. 

"오늘 밤에도 별이 좌표에 스치운다"

"한 별은 Cylinderical 좌표에 스치우고, 또 별똥별은 Cartesian 좌표에 스치운다." 


P.S 5편은 2가지 편으로 나눕니다. 5+i편과 5+2i편입니다. 5편을 복소수 좌표로 나누어 2개로 나눕니다. 5+2i편도 곧 쓰겠습니다. 5+i, 5+2i가 당최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신 분은 "왜 iPhone이어야 하는가"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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