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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23. 2016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6

6편. 큰 아들과 첫째 아들 그리고 사람

6편은 아주  오래전에 썼던 글을 Ctrl+C 해서 Ctrl+V라는 걸로 대체한다.  실제로는 제 컴퓨터가 맥북에어라서 Command+C 해서 Command+V로 대체한다. 여기서도 윈도우와 맥OS와의 차이가 느껴진다. 윈도우

OS 소프트웨어가 컴퓨터 하드웨어를 Control 하고 맥OS는 컴퓨터를 Command 한다. 윈도우는 컴퓨터라는 대상을 기기로 인식하는 반면, 맥OS는 컴퓨터를 사람로 인식하는 듯하다. 컴퓨터를 Control 할 것인가 Command 할 것인가? 윈도우는 Control이라는 사람-기계 적 언어를 사용하고 맥OS는 Command라는 사람-사람 적 언어를 사용한다. 그 차이가 미묘하지만 재미있다.


비록 오랜 전에 쓴 글을 6편으로 굳이 대신하는 이유는 단순히 나의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전에 쓴 글은 단편적 성격으로 쓴 글인데,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로 다시 데뷔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제로 루트 36편이 6편으로 다시 살아나다 라고 지었다. 루트 36과 6은 동일한  수이다. 루트라는 우산이 제곱이라는 우산 집에 꽂혔다. 사실은 동일한 글인데, 어디에 꽂히느냐에 따라서 표현만 달라진다. 루트 36편이 어느 직장인의 세상만사 시리즈를 만나서 #6편으로 다시 태어난다.


6편. 큰 아들과 첫째 아들 그리고 사람

(부제 : 루트 36편이 6편으로 다시 살아나다.)


최근에 고민하고 있는 생각 중에 하나가 동양과 서양문화의 차이에 대한 접근이다. 우리가 숫자를 셀 때 서수적으로 셀 것인가, 아니면 기수적으로 셀 것인가에 따라 그 접근법이 무척이나 다르다. 예를 들어 개수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 이, 삼, 사... 이렇게 기수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순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첫째, 둘째, 셋째, 넷째... 이렇게 서수적으로 접근한다.


형제관계를 물어볼 때, 기수와 서수의 접근법은 현저하게 차이를 들어낸다. 어릴 때 난 OO집 큰 아들이고, 내 동생은 작은 아들이었다. 크다 작다는 표현 자체가 기수적인 접근에 가깝다. 이는 먼저 태어난 사람이 형이고, 늦게 태어난 사람이 동생이며 이는 가족관계에서 힘의 서열을 자연스럽게 형성케 한다. 한국에서는 첫째 아들, 첫째 딸이란 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큰 아들,  막내아들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형제관계는 명확하다.  First Son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Big Son 이란 표현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형제는 모두  Brothers이다. 형과 동생(제)로 구분해서 표현하는 법이 별로 없다. 그냥 Older, younger 란 표현을 사용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기수적, 서수적 개념이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 일가?

사실 조직 구성원의 평등성, 소통을 무의식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이런 구조화된 관념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의 대기업을 포함해서 수 많은 기업들은 임직원의 상호관계가 기수적 접근에 함몰되어 있다. 팀리더, 그룹리더, 실장 등 직책은 사실상 서양에서 얘기하는  leader라기보다는 소위 "대빵(오야붕)"에 가깝다. 팀원과 팀리더가 수평적인 서수적 관계가 아닌 큰 아들, 작은 아들처럼 기수적 관계에 놓여있게 된다. 그래서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일을 시키기 위한 대상인 "꼬붕"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주말에 일 시키고, 평일 저녁에 야근시키고, 새벽에 회의하는 걸 한편으로 당연히 생각한다. 본인은 밑에 사람에게 일을 시킬 "권리"가 있다고 믿어버린다. 자기도 예전에 그렇게 일을 했기 때문에 그걸 당연히 생각한다. 한 번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


하지만  윗사람들이  아랫사람들을 부려먹을 당연한 "권리"는 없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Colleagues)로서 합동으로 조직의 목표를 공동으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창의를 얘기하고 뒤에서서 "까라"라고 얘기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누구나 글로벌은 쉽게 얘기할 수 있다. 다들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워너비(Wanna Be)가 되고 싶어서 그런 회사의 조직문화를 가져와 억지로 이식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선진 외국회사는 팀장이 팀원을 그저 단순한 "아랫사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로 평등화되고 창의적이고 소통을 원한다면, 기수적 개념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큰 아들, 작은 아들이 아니라 첫째 아들, 둘째 아들로 서로 동등하게 발언권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문화가 창의적으로 바뀔 수 있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기수적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회의를 하면 가장 가운데 자리는 조직에서 가장 "큰" 사람이 앉고, 가장 "작은" 직원이 심부름을 한다. 때론 이런 문화가 효율적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조직의 변화를 꿈꾸고 평등하고 창의적인 문화를 원한다면 때론 "크다"와 "작다"를 버리고 "첫째", "둘째"와 같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는 "원탁"이 필요하다. 이런 차이를 적어도 지난 세대에서는 어렵다면 "내" 세대에서는 꼭 실천해야 한다.


P.S #7, #9는 지금까지 쓴 홀수 편보다 어려운 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8,#10은 다른 짝수 편보다 더 캐주얼하게 쓸 생각입니다. 냉탕과 온탕의 온도차가 더 심해질 것입니다. 2월 안으로 #10까지 마무리 짓는 게 목표입니다. 늦어도 3월까지는 마무리 짓고, 그동안 브런치에 올리지 않은 글들을 대량 방출할 생각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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