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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Feb 24. 2022

오아시스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당신” 덕분입니다.

어제 잘 들어갔습니까?

저녁을 다 먹고, A 씨의 차를 잠시 얻어 타고 내렸는데,  스마트폰이 없었습니다. 차 뒷좌석에 두고 내렸는지 확인을 하려고 하니, 전화기가 없어서 무작정 식당으로 뛰어가셨습니다. 다행히 사장님이 가게 셔터문을 닫기 직전이라서 테이블로 갔습니다.

 

무이자 할부 20개월 주고 산 아이폰은 이제 3개월만 납부했는데 제 손을 떠나기 싫은 모양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엄마를 잃은 겁먹은 어린아이 마냥 테이블 아래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렇게 최소한 17개월은 저와 생사를 같이 할 아이폰은 다시 제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래간만에 핏속을 채웠던 에탄올의 영향으로 머릿속이 약간 멍합니다.

 

내 몸속에 잔류 에탄올은 내 간에서 쉼 없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내 몸에 일정 이상의 부하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저녁 식사 모임은 저에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같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해서 25살에 이스라엘 키부츠 농장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일하면 하루 정도   있는 월차를 줬습니다. 간혹 갈릴리 호수 근처나 예루렘에 놀러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용감했던 시절입니다.


버스를 타고 이스라엘을 돌아다녔습니다. 중동지역과 같은 사막은 아니었지만, 이스라엘도 광야와 같은

유사 사막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버스는 간간히 광야 한가운데 있는 휴게소에 들릅니다. 그곳에는 야자수가 있고 자연적으로 조성된 오아시스가 있었습니다. 그곳은 지친 여행객과 낙타들의 오랜 쉼터였습니다. 그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거나,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제 삶은 사막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고된 하루의 일과 끝에서 가족들과 단란한 삶,

친구 동료들과 찐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간간히 내려오던 비도 그치고 시원하게 불던 바람도 뜨거운 모래바람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그 전에는 몰랐던 오아시스의 소중함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광야와 사막 같은  가운데서도, 목을 축일  있는 오아시스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몫인 물까지도 내어주는 소중한 동료가 되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몸속에서 에탄올을 분해하고 있는 간의 수고로움을  바칠  있어 감사합니다. 거칠고 뜨거운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 낙타의 등에 올라타서  멀리 실크로드를 누비면서도 오아시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웃고 웃을  있어서 다행입니다. 오늘 아침, 에탄올에 센티해져서 울컥한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당신"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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