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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an 10. 2022

나는 졸린다. 잠이 온다.

 2022년,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안녕하십니까? 2022년에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직장동료들과 식사를 하다가 사투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서 글로 대신합니다.


인천 출신이 직장동료가 자신이 만난 경상도 사람들은 “졸린다”라는 표현보다는 “잠이 온다.”라는 말을 더 쓴다고 합니다. 경상도 출신인 저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딱히 “졸린다”라는 말보다 “잠이 온다.”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진 않았던 거 같긴 한데, 두 말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졸린다”라는 표현은 “나”라는 주어가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피곤해서, 밥을 많이 먹어서, 오후에 나근해서 등 “졸린다”라는 말은 내 상태를 묘사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 일이나 시험공부 때문에 밤샘을 하고 오후 시간에 “와, 진짜 졸린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서 “잠이 온다”라는 표현은 “나”는 빠지고 “잠”이 주어가 됩니다. 나의 상태가 어떠하던, 잠이 오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나는 어젯밤에 잠도 잘 자고, 하나도 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데 선생님 또는 교수님께서 모노톤으로 강의를 하시는 상황이라면 “와, 진짜 잠이 온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두 말의 뉘앙스를 주말 내내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어떻게 살아볼까..라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2022년에는 내가 주어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책을 더 많이 읽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나의 상태와 행동과는 상관없이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포항에서 서울로 전근을 갈 수도 있고, 로또에 맞을 수도 있고, 교통사고도 당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는 “나”를 좀 내려놓고, “잠”이 오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역경을 이기는 스토리에 너무 집착하고, 지속 성장하는 패턴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큰 파도가 오면 파도를 넘어서야 하고, 거센 물살을 거꾸로 오르려는 얘기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큰 파도가 오면, 큰 파도를 타기도 하고, 너무 큰 파도는 맞서기보다는 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호랑이를 만나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하지만 호랑을 만나서 싸우기보다는 정신을 차려서 잘 도망가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2022년 임인년은 내가 호랑이가 되어서 호령하기보다는, 호랑이가 오더라도 정신을 차려서 잘 도망하는 지혜를 가져볼까 합니다.


이제는 잠이 오는 상황을 이해하고,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잠이 쏟아지면, 잠을 자지 않으려고 음악을 크게 틀거나 창문을 열어두는 싸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 차를 졸음쉼터에 주차하고 잠시라도 잠을 자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이제는 잠이 오면, 잠깐은 잠을 쫓아보겠지만 길게는 졸음쉼터에서 잠을 자야겠습니다.


2022년 임인년에도 더 많은 일들이 생기고,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잠이 오는” 상황이 오면, 잠시 졸음쉼터에 가서 자고 가겠습니다. 그래야 잠시 늦을 순 있지만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를 만나면 무턱대고 싸우지 않고, 잔머리 잘 굴려서 잘 도망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졸립니까? 아니면 잠이 옵니까?” 저는 “잠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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