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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r 30. 2022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전략, 기획, 혁신, 기술

코로나 양성 판정으로 7일간 자가격리를 하였다.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뤄왔었는데, 막상 만 7일이라는 시간이 생겼지만, 여전히 글을 쓰지 못했다. 처음엔 코로나 자가격리 1일 차, 2일 차로 써볼까 하다가, 그것마저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에 그만두고 말았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내키는 대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남긴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하지만 바나나우유에는 바나나과즙이 들어있다. 물론 바나나맛을 첨가한 바나나우유가 있기도 했다. 또한 게맛살에는 진짜 게살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름도 게맛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붕어빵, 게맛살과 같은 제품에는 붕어와 게살이 없다. 하지만 바나나우유, 딸기잼에는 그래도 미미하지만 바나나와 딸기가 들어간다. 물론 0.01% 넣어놓고 OOO 우유라고 우기기도 한다.


침대에 누워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 형태적 모습을 닮고 싶어 하는 제품이 바로 붕어빵, 게맛살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서 그 형태적 모습이 아닌 실체가 들어가 있는 제품이 바나나우유, 호두과자 같은 제품이다. 우리도 붕어빵을 살 때, 진짜 붕어가 들어있을 거라고 믿지 않고 그 형태적 붕어 모양 안에 있는 밀가루, 팥을 먹는다.


희한하게도 인간이 만든 사회적 조직 가운데서도 붕어빵 같은 곳이 즐비하다.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는 창조경제, 지식경영과 같은 곳이 그러하다.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 같다. 직장생활을 19년 차 다니고 있는데, 어느 조직의 이름에 “전략, 기획, 혁신, 기술”이 들어간 조직 중에 “전략”, “기획”, “혁신”, “기술”이 있었던지 자문해보았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전략, 기획, 혁신, 기술이 있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전략, 기획, 혁신, 기술이라는 형태적 모습만을 취했을 뿐 실체가 들어가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조폭들이 “차카게 살자.”라는 구호처럼 들렸다. 전략은 다른 조직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모아서 보고하는 것인가? 기획은 여기저기에서 활동한 것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인가? 혁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다른 이름만 붙이는 것인가? 기술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와 조직에 대한 타성을 지적하기 전에 과연 나는 붕어빵이었나?라고 생각을 해보았다. 나 또한 지금 “기술”팀에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붕어가 들어가 있지 않은 붕어빵인가? 아니면 캘리포니아산 호두라도 들어가 있는 호두과자인가? 그 질문에 쉬이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난 형태적 모습만 취한 사람인가? 아니면 그 실체에 0.01%라도 접근한 사람인가?


이젠 붕어가 없는 붕어빵이 되기보다는 호두과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비록 국내산 100% 호두를 사용할 순 없어도, 저 멀리 캘리포니아산을 쓰더라도 형태적 모습이 아닌 실체를 담을 수 있는 인간이 되길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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