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Mar 31. 2022

파킨슨 법칙

실제 업무량과 직원의 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가장 최근에 읽은 경영 서적 중에 “파킨슨 법칙”이 있어서 읽고 나서 느낀 점을 공유해본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이 파킨슨 법칙에 들어맞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또한 앞으로 기업들은 일하는 문화와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파킨슨 법칙에 맞는 경영사례로 소개될지도 모른다.


파킨슨 법칙은 영국인 파킨슨이란 분이 발견한 경영학 이론이라고 한다. 파킨슨은 영국 해군의 사례를 조사하면서 이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참고로 영국은 해군성 장관이 있을 정도로 해군의 중요성이 육군, 공군에 비해서 크다. 윈스턴 처칠이 해군성 장관 시절에 탱크라는 신무기를 도입하고, 해군 선박의 보급을 석탄이 아닌 석유로 변경하여 석유시대를 연 사람이기도 하다.


영국은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특히나 영국 해군은 전쟁 수행을 위해서 전투인력을 계속 증가시켜왔다. 1,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직접 전투에 투입된 직접 인력은 당연히 점점 감소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늘어난 인력이 비전투 인력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해군의 전투병은 10,000명에서 8,000명으로 감소한 반면, 비전투병은 2,0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비전투 조직에 속해 있던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키우고 인원을 자꾸 늘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도 어디서 본 글이다. 아주 오래전에 소련군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아주 외진 곳에 중요한 다리를 2명의 군인이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교통의 요지 같은 다리일 수 있다. 2명의 군인이 24시간 교대로 지키고 있는데, 위에서는 영 미덥지 않았는지 두 사람이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해서 소대장 1명을 파견했다고 한다. 그래도 군대니깐 소대장이 파견되니깐 당번병 1명을 같이 보냈다. 총 4명이 모였고, 외딴곳이라서 취사병도 1명 필요해서 다리를 지키기 위해서 총 5명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근데 5명까지 인원이 늘어나자, 5명이 제대로 일하는지 감독할 사람을 파견해야 했고, 감독관을 보조하기 위한 행정병이 1명 더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니깐 다리를 지키는 2명을 감독하기 위해서 소대장, 당번병, 취사병, 감독관, 행정병까지 총 5명이 더 필요해졌다고 한다. 그러니깐 전투인력 2명, 비전투 인력 5명이 된 셈이다. 그리고 그 다리를 실제로 지키는 사람은 여전히 2명이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대기업 조직문화는 이러한 현상이 만연해있다. 우리나라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고, 영국,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나라들이 겪어왔던 문제이고 지금도 아직 파킨슨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하는 문화와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나도 예전에는 일하는 2명 중에 하나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감독관의 행정을 보는 행정병 중에 하나가 되고 말았다. 냉정하게 보면, 나는 전투인력이 아니라 비전투인력이 되어 버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잉여인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파킨슨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사람은 자꾸 늘어나는가?” 그가 내린 대답은 “실제 업무량과 직원의 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였다.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일을 시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파킨슨 법칙을 열심히 수행하며, 다른 조직과 직원들에게 쓸데없는 일을 잔뜩 시키는 비전투인원 중에 하나였다. 앞으로 나는삽 한 자루를 쥐고 참호를 파거나, 총을 받아서 한 발의 총알이라도 쏘는 전투인력이 되어야겠다. 다리를 지키는 2명 중에 한 명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위기와 인식은 왜 같이 하지 않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