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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pr 27. 2022

RIP : 이외수를 기억하며,

바깥에서 맴돌던 나에게 방황의 의미를 알려주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계속 바깥에서 맴돌던 나에게 유일한 도피처는 책이었습니다.  시절 이문열, 이외수, 최인호, 조해일, 안정효, 이인화 등 국내 작가의 작품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저만의 “유리의 성”을 만들고, 저 나름의 바깥에서 맴돌았습니다.


이외수 작가는 외가에서 태어나서 이름에 “외”자를 쓰고 항렬인 “수”를 합해서 “외수”라는 독특한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줄곧 문학계에서도 바깥을 맴돌던 특이한 작품을 썼습니다. 그때 제가 처음으로 그의 작품인 “들개”를 읽었고, 그의 특이하고도 기이한 문체에 이끌려 그 외 다른 작품도 읽게 되었습니다.


이외수, 그는 이름처럼 바깥에서 안을 응시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질문에 고깝지 않은 반응을 보였으며, 질문을 던지는 자에게 해답과 해결을 무리하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학창 시절 늘 바깥에서 맴돌면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인데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질문 속에서 방황을 했습니다. 어쩌면 공부하기 싫은 핑계를 왜라는 질문으로 덮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한 때 이외수는 바깥에서 방황하던 나에게 북두칠성까지는 아닐지라도 카시오페아 같은 뚜렷한 별자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그도 안과 밖에 구분되지 않은 천국, 낙원, 극락으로 갔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도 바깥에서 맴도는 이 땅의 “이외수”들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존버하라. 너의 가치는 안과 밖에 있는 게 아니다. 방황이 부끄러운 건 아니다. 가난이 부끄러운 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썼지만, 삼체문제에서는 일반 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생도 삼체문제 이상으로 복잡해서, 남들이 얘기하는 인생의 일반 해는 존재하지 않기에, 남들이 제시하는 길은 그들의 5개의 특수해에 불과합니다.


거의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깥에서 방황하는 나에게 방황의 의미를 알려준 이외수 님..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들개”를 다시 한번 읽어보길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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