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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Jul 27. 2022

도원결의와 삼두정치

동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3인의 만남

동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3인의 만남이 있다. 시기적으로 얘기하자면 BC 61년에 로마 공화정 말기에 있었던 삼두정치가 첫 번째이고, 대략 AD 190년 즈음이라고 추측되는 한나라 말기의 도원결의이다.


우선 삼두정치는 술라의 죽음 이후에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3명이 비밀리에 로마 공화정의 권력을 나누었던 만남이었다. 3명은 각자의 정치적 야심과 이해관계에 의해서 모임을 가졌고, 그 후로 카이사르는 권력을 장악하게 되고 마침내 공화정에서 제정시대를 연 사실상 황제(카이사르)가 되었다.


이에 반해서 도원결의는 20대 중후반의 권력도 없는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장정이 모여서,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복숭아 밭에서 술 한잔씩 따라 마시면서 태어난 날은 다르지만, 한 날 한 시에 죽겠다고 맹세하며 의형제를 맺은 만남이었다.


전자는 권력의 정점에 오른 3명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만난 정치적이지만 공적인 만남이었고, 후자는 권력도 없는 3명이 자신과 맘이 맞는 비정치적이고, 아주 사적인 만남이었다. 역사에서 알듯이, 삼두정치는 로마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고, 후자는 천하를 삼분할한 촉나라의 탄생이 되었다.


지금 이 세상에도 수많은 3,4인의 만남이 있다. 때로는 삼두정치와 같은 만남이 있고, 때로는 도원결의와 같은 만남도 있다. 정치적이지만 공적인 만남도 있고, 비정치적이고 사적인 만남도 있다. 공과 사가 섞이고, 정치와 비정치가 섞이면 나라는 혼탁해진다. 때로는 복숭아 밭에서 마음을 나누는 도원결의의 만남도 필요하지만,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루카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엃혀있는 삼두정치의 만남도 필요하다.


난 어제 오래간만에 도원결의의 만남을 했다. 그리고 그 만남으로 인해 내 마음의 속내와 결의를 다져본다. 나는 아무래도 삼두정치보다는 도원결의의 만남이 더 좋다. 동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3인의 만남은 흥미로우면서도 대조적이라 마음에 들고, 언젠가 꼭 쓰고 싶은 글 주제이기도 하다. 조만간 한번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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