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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10. 2022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버즈 라이트이어 : 우리는 지금을 후회 없이 산다.

주말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버즈 라이트이어를 봤다. 중국과 중동에서 상영되지 못하게 했던 장면도 얼핏 나왔다. 사령관이 동성커플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장면이 나오고, 가벼운 입맞춤하는 장면이 나왔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적 연출로서는 제격이었고, 어린이도 함께 보는 디즈니에서 동성커플을 보여주는 장면이 논란을 일으킬 만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화두를 던져주는 장면은 바로 저그로 알려졌던 로봇의 등장이었다. 로봇의 정체가 바로 미래에서 온 버즈였던 것이다. 미래에서 온 버즈는 현재의 버즈에게 “네가 다시 돌아가면, 너는 실패하지 않고 영웅이 된다.”라고 말을 합니다. 미래에서 온 버즈는 “임무”에 충실했고, 영웅을 갈구한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버즈는 로봇 고양이와의 교감, 사령관의 손녀와의 우정이 소중하다.  비록 자신의 임무에는 실패했지만, 실패하고 수없이 도전했던 현재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추억과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이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시간 중에서 후회되거나, 실패한 수많은 선택을 기억해본다. 그래서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에 내가 그때 포항으로 다시 내려오지 말고, 서울에서 무리해서 아파트를 샀으면 어땠을까? 만약에 내가 그때 지금의 전공 대신에 다른 전공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와서 그때의 선택으로 돌아갈 수 있고, 네가 바라는 대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나는 미래를 바꾸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그때 내가 후회했을 법한 선택을 해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의 행복한 추억을 송두리째 포기할 수 있을까? 나는 버즈처럼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버즈의 성은 라이트이어이다. Lightyear는 광속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광속으로 비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론적으로 광속으로 여행을 하면 상대성이론에 따라서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도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우정을 나누고 행복을 느낀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난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의 지금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버즈 라이트이어처럼 광속으로 인생을 살더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우정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나는 단연코 미래의 나를 혹시나 만나더라도 나의 지금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버즈 라이트이어가 주는 메시지이다. 우리는 광속으로 날아가도, 늘 지금을 마주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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