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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Aug 11. 2022

혜에게서 경에게

From 혜(Grace) To 경(Fear)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집에서(From) 회사까지(To) 걸어서 갔다. 머리가 복잡할수록, 생각이 많아질수록 난 자주 걷는 편이다.  6킬로 정도 형산강변길을 걷다가 오랜만에 신해철 노래를 들었다. 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내게 응원가, 자장가, 위로송이 되어주는 신해철 음악을 듣곤 한다.


“그대에게”로 시작해서 쭉 음악을 듣다가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노래를 듣다가 이 글을 쓴다. 그리고 노래 제목을 조금 바꾸어서 “혜에게서 경에게”라는 제목을 달아보았다. 사람의 이름으로 치면 “혜경”이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혜경”에게 이 글을 써본다.


혜(Grace)라는 어감은 Soft 하다. 은혜, 지혜와 같이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보인다. 하지만 혜(Grace)는 강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속성 중에 하나이다. 호랑이가 토끼에게 은혜를 베풀 수 있는 것이지, 토끼가 호랑이에게 은혜를 베풀기는 힘든 법이다.


경(Fear)이라는 어감은 이와 반대로 Hard 하다. 경외, 공경도 약자가 강자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경외(Fear)는 공경하고 어려워하는 마음으로 강함 그 자체의 속성인 셈이다.


겉으로 보이기에 소프트한 “혜(Grace”)는 늘 사람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양보하는 것이 약간의 손해를 보지만, 그렇게 사는 게 편하기도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이다. 하지만 마음속 한 켠으로는 하드한 “경(Fear)”이 숨어서 살고 있다. 나는 강한 사람이고 웬만한 태풍과 거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터프한 사람이지만, 세상 피곤하게 살기 싫은 성격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노래를 들으며 “혜에게서 경에게”라는 의미를 계속 곱씹어보았다. 나 또한 겉으로 온화하고, 밝은 미소를 보이며 살아간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내 속에 “경(Fear)”이 꿈틀인다. 나를 부러뜨려고 하는 환경과 스트레스 속에서 휘어지기보다는 그 강도를 버티기 위해서 강해져야 한다.


혜(Grace)는 경(Fear)으로부터 나온다. 강한 사람(Fear)만이 혜(Grace)를 베풀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혜경”에게 말하고 싶다.


“니가 흐린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꺼야” 라고 말이다.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라고 말이다.


이것이 혜에게서 경에게 (From 혜, To 경) 말하는 정언명령이기도 하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나아가야 해”


P.S 이 글은 “해에게서 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노래이자, 이 세상을 겉으로 웃으며 살아가지만, 마음속 한 켠에 씩씩하고 결코 부러뜨릴 수 없는 강한 마음을 가진 “혜경”을 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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