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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Sep 21. 2022

태풍 힌남노, 포항을 강타하다.

나는 회사의 나사가 아닌 톱니바퀴였다.

그날 새벽도 여느 태풍과 다름없이 밤새 비상근무를 했다. 회사도 전래 없이 고로와 압연공정을 모두 정지를 시켰다. 고로 1기만 남겨둔 채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는 일들이 시시각각 닥쳐왔다. 자연이 쏟아붓는 물폭탄을 인간이 임의로 만들어놓은 수로가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이내 포항 남구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다. 저마다 설비를 복구하느라고 며칠을 밤을 새우며, 자신의 일터와 가정을 되돌려 놓으려고 사투를 벌였다.


우리는 간혹 직장인을 “회사에서 단 하나의 나사”라고 말을 하곤 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나, 위기에 처하면 함께 일한 동료가 회사를 떠나기도 하고, 심지어 강제로 권고해직되는 일을 겪기도 한다. 회사는 법인이라는 “인격화된 객체”로 의인화되지만, 회사는 떠나가는 직장인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이번에 힌남노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는 나는 기능적으로는 “우리가 회사에서 나사가 아닌 톱니바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톱니바퀴는 누군가의 톱니바퀴와 물려있다. 내가 움직이고 일을 해야, 내 옆에 있는 다른 부서와 동료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 나사는 두 개의 물체를 고정하는데 쓰이는 도구이지만, 톱니바퀴는 여러 개의 물체와 연결되어서 동작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회사 창립이래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으면서, 자연과 인간도 톱니바퀴처럼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배운다. 자연이 만든 물길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넓히고, 좁히고, 물줄기를 변경하고, 시멘트를 깔아서 산책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그게 다시 톱니바퀴가 되어서 자연이 우리에게 감당치 못할 재해를 안겨주기도 한다.


또한 회사나 가정에서 내가 하는 일은 나와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영향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톱니바퀴가 된다. 이제는 시련을 극복해야 할 시기이다. 또한 앞으로는 인간이 자연에게 끼친 영향을 면밀히 살펴서 자연이 자연적으로 물길을 만들어서 바다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나도 회사에서 아주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서,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열심히 내 역할을 하며 움직여야겠다.


나는 회사에서 나사가 아닌 톱니바퀴였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톱니바퀴의 역할을 충실히 해보리라 다짐해본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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