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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Oct 26. 2022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Laminar Flow와 Turbulent Flow

어제 포항에 있는 모교에서 기계공학 재학생 및 신입생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했다. 20대 초반의 후배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주제 중 하나인 “좁은 문”에 대한 이야기 봇다리를 풀어본다.


좁은 문은 영어로 “The Strait Gate”라고 하고, 앙드레 지드의 걸출작인 소설 “좁은 문”의 제목이기도 하다. 성경에서는 예수님께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기계공학 관점에서 보면 좁은 문은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좁은 문을 통과하면 속도가 빨라진다. 베르누이 정리에 따르면, 동일한 유량 Q는 Av (면적 x 속도)로 표현이 되는데, 면적이 좁아지면(즉 좁은 문을 통과하면) Q=A1v1 = A2v2라는 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A1> A2가 되면 당연히 v2> v1보다 빨라지게 된다. 좁은 문을 통과하면 속도가 빨라지니, 더 멀리 갈 수 있게 된다. 마당에 물 호수로 청소를 하다가, 저 멀리 있는 공간을 청소하려면 물 호수 입구를 막으면 물줄기가 더 세어지는 현상인 셈이다.


둘째, 좁은 문을 통과하면 속도는 빨라지는 대신에 압손은 증가하게 된다. 베르누이 정리에 따르면 압력은 속도의 제곱근에 비례하게 된다. 아무튼 좁은 문을 통과하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고, 우리 모두는 압손을 많이 받게 된다.


셋째, 속도가 빨라지면 레이놀스 수(Re)가 커진다. 만약에 느린 속도로 지나가는 Laminar Flow(층류)였다면, 좁은 문을 통과하고 나서 Turbulent flow(난류)가 되는 셈이다. 즉, 우리 인생이 편하게 평탄한 길을 걸어오다가 바람이 거세고, 비가 휘몰아치는 난류의 한 복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기계공학 재학생들에게 했다. 나도 대학 4년 동안 기계공학 배운다고 힘이 들었다. 학교생활이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수업 듣고, 숙제하고, 시험 친다고 4년을 다 보낸 것 같다. 그렇게 기계공학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안타깝지만 견디고 좁은 문을 통과해봐라.


그러면 어느새, 좁은 문을 통과하는 순간에는 속도도 빨라지지만, 더 큰 압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생의 단계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층류인 채로 살 순 없다. 즉 언제까지 꿀만 빨고 살 수는 없고, 언젠가는 난류(Turbulent Flow)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깐 층류와 난류 사이에서 인생을 즐기고 견디는 법을 같이 배우자.. 나도 이제 내년에는 새로운 난류에 도전한다. 또다시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게 될 터이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인터스텔라 명대사로 마무리한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그 좋은 밤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라.


나도 남들이 보기 좋고, 남들이 가고 싶은 그 좋은 밤, 넓은 문 대신에 좁은 문으로 들어가 Re수가 10,000쯤 되는 난류의 한 복판으로 들어간다. 키아나 리브스와 페트릭 스웨이즈 주연의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모두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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