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윤식 Jan 09. 2023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기억하며

날숨과 들숨

안녕하십니까? 정윤식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수 두 명이 있습니다.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부른 장혜진과 "부디"를 부른 심규선입니다. 특히나 "1994년 어느 늦은 밤"은 대학시절에 청춘낭만을 느끼며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 곡을 만든 심규선의 "부디"라는 노래를 즐겨 듣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래를 부르는 창법에 있습니다.

 

두 사람은 날숨을 이용해서 노래를 부르고, 들숨도 그대로 청중에게 들려줍니다. 저는 두 사람의 날숨과 들숨을 활용한 창법이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안타깝고 처량한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날숨과 들숨이 함께 공존해야 세상에 대한 넓은 이해와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날숨"을 이용해서 일을 합니다. 직책보임자가 업무를 지시하기도 하고, 부하직원은 지시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관련부서에게 협조를 구하기도 하고, 공통된 목표를 위해서 협업하여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그건 모두 "날숨"의 몫입니다. 노래가사를 부를 때는 "들숨"으로 가사를 전달할 수 없고, "날숨"으로 가사의 의미 하나하나를 숨을 뱉어가며 소리를 냅니다. 회사에서, 가정에서는 우리는 "날숨"으로 일을 하고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날숨"만으로는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합니다. 4마디가 끝나면, 우리는 "들숨"을 쉬어야 합니다. 폐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 깊은 심호흡을 합니다. 그리고 그 들숨이 우리의 폐와 마음에 공기를 가득 채웁니다. 회사에서 업무에 지칠 때, 세상살이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친구들과 동료들과 함께 선술집, 호프집에서 "들숨"을 가득 채웁니다. 비워지는 술잔에 "들숨"을 가득 담아 술잔을 부딪힙니다. 세상 시름과 걱정이 술 한잔으로 잊히진 않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울어줄

친구와 동료가 있음을 순간순간 기억해 냅니다.

 

인생은 "날숨"으로 일도 하고 사랑을 하지만, "날숨"만으로는 노래를 다 부르지 못합니다. 세상살이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들숨"을 쉬어야 합니다. "날숨"을 존재하기 위해서는 "들숨"이 있어야 합니다. "1994년 어느 늦은 밤"과 "부디"라는 곡은 슬픈 노래가사를 "날숨"으로 잘 드러내며, "들숨"으로 가슴 터질듯한 슬픔을 표현합니다. 우리의 지친 날숨의 인생을 술 한잔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들숨이 있기 때문입니다.

 

1994년 어느 늦은 밤이란 곡은 김동률 작곡, 김현철 작사, 장혜진 노래를 부른 희대의 명곡입니다. 김동률이 군대 가기 전날에 작곡을 하고 그 멜로디에 김현철이 가사를 입혔고, 장혜진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엄청 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입니다. 오직 피아노 하나만으로 선율을 연주하고, 슬프지만 슬프다고 말하지 않아서 더 슬픈 가사입니다. 또한 그 슬픈 가사를 날숨과 들숨으로 노래했습니다.


우리도 앞으로 이렇게 3명이서 작사, 작곡, 노래를 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 "2023년 어느 늦은 밤"을 기억하며 날숨과 들숨으로 희대의 명곡을 다시 부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어느 늦은 밤,

정윤식 드림   

작가의 이전글 인생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